기억을 사는 카페 6

마지막 작별 인사

by 봄비가을바람

장마가 끝나기 전 작별 인사를 하듯 어젯밤부터 비가 한 번도 그치지 않고 퍼붓고 있었다.

여느 카페라면 이 빗 속을 뚫고 커피를 마시러 오지 않을 것이기에 문을 열지 않아도 되지만 선우는 오늘 문을 열어야 했다.

오랜 시간을 견디고 남겨진 이의 마지막 울음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그치지 않는 비는 거리의 풍경까지 눈물에 적셔 놓았다.

"가는 길이 서럽지 않게 대신 울어주는구나."

빗 속 풍경에 잠겨있던 선우는 카페 문의 벨이 울리며 카페 안 풍경으로 돌아왔다.

"어서 오세요."

"저, 유자차도 있을까요?"

"네. 유자차 하나 드릴까요?"

"아니요. 두 잔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상한 주문에도 선우는 별말 없이 커피머신 쪽으로 돌아왔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갔다 와라. 점심 챙겨 먹고. 차 조심하고.

더운데 물 자주 마시고."

"또 그 소리시네. 알아서 해요."

"그래."

준우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스쳤지만 출근 시간이 촉박해서 서둘러 나왔다.



회시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지난밤 장맛비가 쉬지 않고 퍼붓더니 결국 사고가 터졌다.

전산실 천정에 비가 스며들어 회사 전체 컴퓨터가 멈춰 버렸다.

새벽 근무자의 빠른 조치로 절반 정도는 복구가 되었지만 준우의 컴퓨터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책상에 앉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리고 거래처에서도 난리가 났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새도 없이 사무실 전화벨은 쉬지 않는데 휴대폰의 진동도 수시로 울리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복구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한참 전화기에 붙잡혀 있던 준우는 겨우 한숨을 돌리고 앉았다.

그때였다.

여기저기서 컴퓨터 부팅되는 소리가 들렸다.

준우도 컴퓨터를 켜고 상황을 살피며 거래처에 상황을 설명했다.



사무실이 안정을 찾자 다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서너 명씩 짝을 이루어 교대로 다녀왔다.

준우는 그제야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백 여통, 문자 메시지도 그만큼 와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여러 번의 전화와 메시지가 있었다.

큰 누나였다.


준우야, 전화 안 받네.
전화 좀 해 줘.
준우야, 병원이야.
준우야, 빨리 병원으로 와.
준우야, 아버지 위독하셔.
준우야, 아버지 떠나셨다.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준우는 바로 뛰어나갔다.

"김준우 씨!"

뒤에서 동료가 부르는 소리에 대답도 못 하고 무작정 뛰었다.



"유자차 두 잔 나왔습니다."

준우는 천천히 선우에게서 유자차를 받아 들고 와서 한 잔은 자신의 건너편에 놓았다.

그리고 한 잔을 자신의 앞에 놓고 멍하니 맞은편에 놓인 유자차를 보고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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