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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봄비 오는 날
28화
기억을 사는 카페 7
시간을 되돌려서..
by
봄비가을바람
Jul 13. 2023
"안녕하세요."
선우는 카페 문을 열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영운과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선우는 자전거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곧 카페에 들를 것 같네
.
>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
혜윤이 영운의 턱끝까지 바짝 다가앉으며 다시 말했다.
"요양원, 좋은데 알아놨다고.
자주 찾아뵈면 되잖아."
"......"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영운이 혜윤은 야속했다.
마치 자신을 아버지와 아들을 떼어놓으려는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점점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영운 씨, 왜 그래? 말 좀 해봐.
나만 나쁜 사람이 되라면 그렇게 할게.
아버님을 버리고 나를 선택하라는 게 아니잖아.
다 같이 사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혜윤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영운이 고개를 들고 혜윤을 보며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영운 씨, 무슨 말을 그렇게..."
또 역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카페에서 나가버렸다,
"여보세요. 영운 씨."
혜윤이의 전화에도 영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는 영운을 혜윤도 포기하기로 한 건지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 달 넘게 연락이 없었다.
영운은 혜윤을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인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본 순간부터 혜윤을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자란 혜윤은 마음 하나, 말 하나에도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늘 부족함에 굶주려 있던 영운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막으려고 하면 할수록 커지고 깊어졌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를 했다.
결혼 후의 계획을 서로 나누며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가꾸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영운의 발목을 옥죄어 주저앉히려고 했다.
어머니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나며 아버지와 단둘만이 남은 것이다.
오랜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여러 도움으로 돌봄 서비스도 받고 있지만 영운은 시간과 돈에 쫓기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욱 영운의 몸을 휘감았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매일 지나치기만 하시더니 오늘은 들어오셨네요."
"네."
영운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뭘 드릴까요?"
"에스프레소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선우는 돌아서기 전에 책을 영운의 앞에 놓았다.
커피 머신 쪽으로 온 선우는 커피를 준비하며 영운을 슬쩍 보았다.
영운은 가방에서 펜을 꺼내 뭔가를 적고 있었다.
우리, 혜윤이와 헤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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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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