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사는 카페 9

기억을 불러오는 사람 2

by 봄비가을바람

시연은 아까부터 자꾸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쪽을 쳐다볼 수 없었다.

누구인지 아는데 괜히 고개를 돌려 보다 보면 마음이 들킬 것 같았다.

관심 없는 척했지만 자주 보는 익숙함이 셀렘으로 바뀌어 남자가 카페에 들를 쯤이면 자신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저, 아메리카노 하나 더 주세요."

남자가 커피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시연에게 눈짓을 보냈다.

커피가 나오고 남자는 시연에게서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가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방향은 시연을 향해 있지만 시선은 아메리카노 잔으로 꽂고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




"저, 전화번호 좀 알려 줄 수 있어요?"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시연에게 말했다.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남자는 시연의 답을 기다렸다.

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 번호를 찍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강의실 밖으로 나가며 시연이 있는 쪽을 한번 더 쳐다보았다.

그렇게 시연과 성민은 연인이 되었다.

같은 대학, 전공이 다른 둘은 캠퍼스 안에서도 가끔 마주치는 사이였다.

4학년 마지막 학기 수업 하나를 같이 듣게 되었고 자주 마주치며 익숙함이 설렘이 되었다.


"어제 왜 전화 안 받았어?"

"과 모임 끝나고 PC방 갔었어."

"그럼, 메시지라도 하면 되잖아."

"알았어. 그만하자."

시작은 달달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맹숭맹숭해졌다.

성민이 자주 약속을 어기고 시연을 외롭게 하며 싸움이 잦아졌고 급기야 다른 과 여자 후배와 양다리라는 소문이 돌았다.

시연이 따져 물으면 말을 돌리거나 소문만으로 자신을 답답하게 한다고 오히려 시연을 밀어냈다.


반복되는 성민의 거짓말과 행동으로 시연은 울다 지쳐 먼저 이별을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그날, 성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캠퍼스 한쪽 젖은 벤치 앞에 시연을 덩그러니 두고 가버렸다.




자리에 누우려고 하는데 문자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시연 씨, 내일 저녁 같이 먹을래요?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어요.




선우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연의 앞에 커피를 놓고 돌아섰다.

"저, 잠깐만요."

시연이 선우의 그림자를 붙잡았다.

"네!?"

"여기에 적으면 기억이 정말 없어지나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떤 기억을 지워야 할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연은 난감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시연의 앞에 앉으며 책을 펼쳐 시연의 앞에 놓았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달라질 게 없을 수도 있어요.

아님 크게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다만, 본인의 마음이 기우는 쪽을 택할 수밖에요.

그리고 어쩌면 아무리 선택해도 달라질 게 없다면 모든 걸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요?

우리 삶은 그럴 수 없지만 우리 카페에서는 그럴 수 있어요."

".... 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선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후, 시연이 책에 뭔가를 적었다.




익숙함이 설렘으로 바뀌는 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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