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사는 카페 3

아이스아메리카노

by 봄비가을바람
"무슨 일 있어요? 말 좀 해 봐요.
왜 그래요? 나, 너무 걱정되고 불안해요."
"....,,,,,"



선우는 어제 밤늦은 시간 준호의 전화가 마음에 걸려 한숨도 못 잤다.

그리고 아침 일찍 메시지가 왔다.

아침 일찍 미안해.
나올래?

선우는 밤새 걱정과 달리 평소 같은 준호의 메시지에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준호는 아파트 상가 카페 한쪽에 앉아 있었다.

"주문하고 올게요."

선우는 준호의 어깨를 살며시 짚었다가 돌아서 커피를 주문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둘 주세요."

이내 자리로 돌아온 선우는 준호의 얼굴을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는 메시지와는 다르게 준호의 얼굴은 지치고 어두워 보였다.

"주문하신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선우는 다시 커피를 받아 들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를 준호 앞에 놓았다.

준호는 빨대를 빼서 옆에 놓고 냉수 마시듯 벌컥벌컥 몇 모금 마셨다.

"천천히 마셔요. 머리 아파요."

준호는 찡그리며 컵을 내려놓았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카페에 흐르자 선우는 반색하며 말했다.

"이 노래,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네."

웃으며 말하는 선우를 준호는 우울한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준호의 하려다 마는 말에 자꾸 이유를 생각하니 선우는 불안해졌다.



준호가 오늘만 이상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3년 연애를 하는 동안, 언제나 준호는 선우의 기분을 살피고 하나둘 모든 것을 챙겼다.

겨울에는 추위를 잘 타는 선우를 위해 매번 깨끗하고 따뜻한 무릎 담요가 있었고 먹는 것, 보는 것 하나하나 선우의 취향에 맞췄다.

그런 준호를 위해 선우 역시 준호가 좋아하는 반찬과 음식으로 도시락을 만들고 계절에 맞는 옷을 챙겼다.

다정한 모습에 단골 카페 직원은 두 사람을 신혼부부로 대했다.



아까부터 두 사람을 보는 카페 직원도 왠지 평소와 다른 준호의 분위기에 걱정하는 눈치였다.

"선우야."

한참만에 준호가 입을 열었다.

"응!."

선우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우리 헤어지자. 아니..

나와 헤어져주라."

"무슨 말이 그래,

왜 그래요?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데.."

"갑자기가 아니야.

오래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을 못 한 거야."

선우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지낸 사람이었나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낯선 사람처럼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안해. 내가 정말 나쁜 놈이야.

그냥 네가 나를 버려주면 좋겠어."

"그러면 이유라도 말해 봐요.

그래야 버리든 말든 할거 아니에요."

선우의 말에 준호는 다시 말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

"미안하다."

준호는 일어서서 그대로 카페에서 나가버렸다.

선우는 준호의 뒷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선우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책을 펼쳐 들었다.

<기억을 지우는 곳>

맨 앞 쪽을 펼치고 첫 번째 사람이 적은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익숙한 선우의 글씨로 쓰인 것을 아무 기억이 없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비 오는 그날, 지하철 1번 출구 앞으로 가지 않게 해 주세요.


그때 카페 문에 달린 벨이 울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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