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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Sep 24. 2023

가을 하늘에 쓰는 편지


가을 하늘에 쓰는 편지



하늘이 내려앉는다.

손을 뻗어 파란 하늘에

구멍을 뚫어 파란 눈물

가득 뒤집어쓰고

폴짝폴짝 뛰어 푸른 물에

뛰어들었다.

모기 소리가 거슬리고

옷깃으로 파고드는

싸늘한 바람에 놀라

옷깃을 여며 팔짱을 끼어도

이미 늦었다.



한 여름 비 그친 뒤

하늘이 더없이 맑지

머리 위 가을 하늘은

마음결이 달라졌다.

살고 지고 살고 지고

꽃 피고 지듯

삶도 닮아서 지고 나면 그립고 그립다.

마냥 곁을 돌고 도는 공기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밤하늘 별도 달도 제자리걸음을 걸을지언정

멈추지는 않았다.



가라. 가라.

나 두고 가라.

가면 온다는 속도 말고 가라.

기다리다 기다리다

눈물에 짠내 짠지로 두 눈이 짓물러

원하고 원하되 원망하지 않으리다.



기다리다 긴 머리카락 잘라

하지도 않은 약속 홀로 깼다.

오고 가는 길

쉬엄쉬엄 쉬었다

바람에 살짝 깃들어

검은 단발 목덜미나 간지럽히고 가소.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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