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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Jan 16. 2023

청량산, 시인묵객 노닐던

百山心論 9강 4장 84산 청량산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나니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미들슨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魚舟子) 알가 하노라


                     -퇴계 이황, 歌(청량산 六六峰)



청량산 박물관에서


청량산(870m)을 다녀왔습니다.


갈매기를 의심하고

복숭아꽃에게 당부할 정도로

청량산을 혼자만 알고 싶어 하던

퇴계선생의 마음 때문인지


봄부터 몇 번을 벼르어도

쉬이 연이 닿지 않았었는데

도화꽃 먼 겨울이 돼서야

기어코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청량사


서울서 3시간 반,


한파와 폭설주의보 

싸한 바람 몸을 에이는

들머리 선학정


시작부터 아이젠 장착하고

청량사까지

어마무시한 급경사 도로


부지런한 스님들 

애써 치운 눈 위로

다시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들머리 선학정


눈보라 휘날리는

좁고 깊은 계곡 저편


12개 봉우리에 둘러싸여

구름으로 지었다는 청량사


정갈하고 단아한 풍경

연꽃처럼 피어납니다.



청량사


공민왕 산성 바라보며  

까마득 절벽 위 걸려있는 오층석탑


얼마나 사무치는 소망이기에

이 높은 곳에 탑을 쌓았을까?


무슨 바람이라도 이루어질 듯

험함 묻어나는 풍경


여기서 매년 가을 열린다는 산사음악회 

서늘한 서정 상상해 봅니다.



청량사 석탑


종이로 만든 약사여래상 모시고

공민왕 친필로 현판을 세웠다는

유형문화재 '유리보전(琉璃寶殿)'


원효대사가 절을 창건할 때 힘써 일했던

 셋 달린 소() 고이 묻은

소나무로 환생한 '삼각우송' 함께

산사의 경건함 더해줍니다.



유리보전과 삼각우송


청량산은 시인묵객들의 성지이자

수많은 전설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신라 명필 김생이 공부하던 김생굴, 

신라 문장가 최치원이 수도한 풍혈대와 독서대,

원효가 건립했다는 청량사,

고려 마지막 군주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은신한 오마대(五馬臺),


조선조 비운의 천재 김시습의 '청량산탄식',

유학자 퇴계 이황의 '청량산가' 

조선조 선비들의 순례지가 되기도 한

경북 봉화의 명산으로

낙동강 상류에 그림처럼 떠있습니다.



청량산에서 본 낙동강


풍기군수 주세붕이 800미터 전후 봉우리 이름을 하나하나 붙인 12개 암봉(六六峰 : 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탁립봉, 금탑봉, 축융봉)과 청량산 12대(독서대, 어풍대, 밀성대, 풍혈대, 학소대, 금강대, 원효대, 반야대, 만월대, 자비대, 청풍대, 송풍대, 의상대), 청량산 8굴(김생굴, 금강굴, 원효굴, 의상굴, 반야굴, 방장굴, 고운굴, 감생굴), 청량산 4우물(총명수, 청량약수, 감로수, 김생폭)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경관 보여줍니다.(나무위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 몽진 시 머무르며 축조하였다는 산성 흔적과 낙동강 상류의 풍광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부로 스쳐갈 것이 아니라

며칠 여유 가지고 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낙동강에서 본 청량산


눈 쌓인 된비알

사다리 같은 계단

오를수록 거세지는 눈발


겨울산의 풍미

빵빵합니다.



자란봉 가는 길


뽀드득뽀드득

아늑한 눈 밟으며

뒷실고개 지나

가파른 길 내리고 올라


자란봉과 선학봉 잇는 하늘다리


낙동강 사이에 두고

신선들 노니는

한 폭의 수묵화


눈보라 속 흔들흔들

구름에 떠가는 듯

그림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하늘다리 풍경


다시 이어지는 눈 내리는 길

까마득한 절벽

가파른 계단 올라


전망은 없지만

키 작은 나무 둘러싸인

아담한 평지 장인봉


명필 김생의 오묘한 필체

눈 쌓인 정상석 반겨줍니다.



장인봉


내리는 길

굽이굽이 낙동강 상류 

까마득한 절벽으로 수직 하강


계단이라기보다는 사다리

가슴 쫄깃쫄깃 

눈 덮인 얼음길 이어집니다.



하산길


절벽에 붙어 아슬아슬

잔도처럼 이어지는 암릉

한발 옆은 천길 낭떠러지


할배할매 소나무, 여여송

사연 간직한 노송들

강인한 생명력


천년 풍파 견디며

강줄 아스라이 흘러가는 기암괴석 위

굳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기암괴석 위 노송


장인봉 금강대 절벽 위


퇴계의 제자와

스님들 공부하였다는

깊이 파인 '금강굴'


용맹정진하던 선인들 모습 아삼삼합니다.



금강굴


또다시 내리 꼽는 하산길


미끄러운 얼음 눈 조심조심

날머리 청량지문 내려서니


눈 그친 푸른 하늘 총명한데

차가운 바람 몸을 에이


고고한 청량산

강물과 함께 휘돌아나가며

굵고 청아 기억 겨줍니다.



청량디문과 낙동강


*2022년 12월 15일 눈 내리고 추운 날 산악회 버스로 혼등했습니다.

*선학정~청량사~자란봉~뒷실고개~선학봉~정상장인봉~금강대~청량지문 총 4.2km 3시간 30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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