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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Dec 31. 2018

서로에겐 조금씩 간격이 필요하다.

<완벽한 타인>을 보고

"재밌지만 불편한 영화" "애인과 같이 보기 민망한 영화" "가기 전에 핸드폰 정리가 필요한 영화" 등등 영화 <완벽한 타인>의 평은 재미는 있지만 보고 나면 씁쓸한 기분이 들게 된다였다. 연기파 배우들로 총집합된 이 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완벽한 타인>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퍼펙트 스트레인져 (Perfetti Sconosciuti>가 영화의 원작이다. <퍼펙트 스트레인져>는 이탈리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시상식에서 9개 부분 후보에 오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재밌게도 여러 국가에서 리메이크를 진행하였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리메이크가 된다는 것은 70억 지구의 인구 중 그 누구도 스마트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영화는 1년 뒤 스페인에서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라는 이름으로 제작되었다. 그 후 터키, 프랑스, 한국, 인도, 멕시코에서 리메이크 작이 개봉되었고 북미, 독일, 카타르, 스웨덴에서도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벌써 6개국에서 리메이크되었고, 향후 추가적으로 개봉이 진행되는 이유는 1) 내용의 공감성 2) 제작의 간편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메이크 작
리메이크 작


<완벽한 타인>은 굉장히 심플한 주제의 영화다. 40년 지기의 친구들이 개기일식을 기념하면서 저녁 식사를 한다. 각각의 연인들과 함께 참석한 식사 자리, 서로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한다. 


내가 널 10년 이상 봤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거지!


호언장담한 것과 다르게, 시간이 가면서 저녁식사에 초대된 모두는 상대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배신감과 충격을 얻게 된다. 말하지 않은 것이 과연 배신이었을까? 상대에서 완벽하게 모르는 것이 충격일까? 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을까 한다.


1. 어느 나라나 똑같다.


나는 한국판 <완벽한 타인>을 보고 프랑스 편 <위험한 만찬(넷플렉스 번역)>을 보았다. 이탈리아나 인도 편은 보지 않았지만, 등장인물만 다를 뿐 분명 같은 스토리일 것이다. 궁금하면 찾아서 봐도 괜찮지만, 굳이 또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느 나라던지 사랑에 대한 감정은 똑같다. 이는 사실 다를 수가 없다. 외모로 따지면 70억의 인구가 지구에 살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남성과 여성 두 종족(?)으로 분류가 된다. 이 두 종족(?)이 70억 인구고 과거에 지나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더 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명이서 할 수 있는 창조적인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랑은 어느 정도 평균화(?)를 거쳤다. 사랑에 대한 것들은 이미 메뉴얼화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생되었기에 어느 국가에서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너의 사랑 나의 사랑, 각각의 사랑은 고귀하지만 결국 너의 사랑도 나의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정도일까? 그래서 사랑에 대한 집착과 배신에 대한 슬픔, 함께함에 대한 감사는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도 똑같이 받아들이는 감정이다.


위험한 만찬(프랑스)

2. 우리는 모순과 타협한다.


영화를 볼수록 각각의 캐릭터는 모순과 타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과 의사인 김지수는 남편이 자신에게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숨기고 있음을 염정아를 통해서 듣게 된다. 그녀는 감정적인 절제를 하면서 조진웅의 셔츠에 와인을 쏟은 후 개인적인 자리를 만든다. 왜 말하지 않았는가, 설명을 바라는 그녀는 조진웅에게 말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비밀이 존재했다.



고지식하고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자인 유해진, 아내의 옷차림을 지적하고 경박스럽고 천박한 것에 대해서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연상의 여자로부터 정기적으로 가슴 사진을 받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행위는 그가 말하는 천박함과 거리가 먼 것일까.


염정아 역시 앞에서는 김지수의 편을 들지만, 뒤에선 험담을 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린다. 사회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상황들, 타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사회적 잣대를 가늠해 평가를 한다. 그러나 본인들의 행동에 대해선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적당한 변명을 찾고 행동의 정당화를 세뇌한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모순과 타협하고 또 못 본 척 눈을 가린다.



3. 서로에겐 간격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가족한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고, 친구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혼자만 안고 가는 것이 힘들어서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친구이기 때문에,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말해야만 할까? 나에 대한 모든 사실을 A부터 Z까지 다 이야기해야지 관계가 돈독할까? 


서로에겐 간격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지켜지는 선이 존재한다. 가까운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는 노래 가사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아는 것에 대한 한 가지 우화가 있다.


아주 평화로운 마을에 특이한 안경이 유입되었다. 이 안경을 쓰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이한 안경이었다. 사람들은 번갈아가면서 이 안경을 썼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상대의 속마음이 그대로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친한 사람들인 줄만 알았는데, 그 안에 담겨있는 질투심, 시기심 등등 보이지 않았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보였고 이들은 서로를 공격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마을의 평화는 안경이 사라진 후 다시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이전처럼 마음을 열지 않게 되었다.



상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 성질 중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고,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비밀들을 알아내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서로의 관계는 이전과 같을까? 그림자가 있기 때문에 빛이 밝다. 밤이 있기 때문에 아침이 더욱 감사하다. 누구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상대의 모든 것을 아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다.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미륵 "궁예"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마음을 다 읽는 궁예는 마음에 안 들면 죄다 철퇴로 때려죽였다.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는 것의 결말은 결국 관계의 종말이지 지속이 아니다. 


글을 읽을 때도 띄어쓰기와 쉼표가 있기에 우리는 호흡을 고를 수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적당한 간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글이 아름답다. 운전을 할 때도 앞차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으며 혹시나 하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람과 사람 간에도 간격이 필요하다. 우린 각자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이 존재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모두가 다르다. 그런 이야기들을 뒤늦게 한다고 했을 때 받아들이는 우리는 그저 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왜 이제야 이야기하냐면서 다그치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는가,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하는 것인가와 같은 다그침은 좋은 결말이 이뤄지지 않는다.



영화 엔딩 부분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그리고 비밀의 삶. 우린 모두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삶을 살아간다. 어떤 명함의 가면을 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단정하고 살아가면 안 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조진웅이었다. 딸과의 통화에서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김지수와 바람을 피우는 이서진을 바라보는 눈빛을 통해서 그의 내면에서 불타는 분노가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 마지막 티라미슈를 허겁지겁 퍼먹는 그는 모든 비밀을 알면서도 모른 척 눈을 감았다. 모든 비밀을 밝히고 사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24시간 열고 사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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