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봤던 일본 만화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전16권)은 지금까지도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수우는 미혼모입니다. 화가였던 부모님은 그녀가 채 어른도 되기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홀로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에서 생활합니다. 그런 그녀를 운명처럼 사랑하게 된 남자 아키라, 하지만 둘 다 너무 어렸습니다. 사랑의 결실 아이를 임신했지만 임신을 반대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아키라는 돈을 벌기 위해 공사장에 일하러 갔다가 그만 사고로 죽습니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까지 되어 버린 수우, 미혼모에게는 결코 녹록지 않은 세상,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위해 힘을 냅니다. 그리고 그녀의 딸 노조미가 있어 늘 행복으로 넘친 가정을 만듭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 오늘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시즈 할머니입니다. 그녀는 아키라의 집에서 25년간 가정부로 일해온 사람인데 아키라를 통해 수우를 알게 됩니다. 그 후 아키라가 죽고 나서 늘 수우 곁에서 노조미의 수호천사가 되어 줍니다. 시즈할머니는 프리랜서 가정부로 전업하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아주 귀엽고 쾌활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하는 봉사활동 중에는 집에서 누워있거나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문낭독을 해 주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만화책도 포함해서) 닮고 싶은 인물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용감한 엘리자베스(건지감자껍질파이 북 클럽), 어느 곳에나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낡고 허름한 공간마저 멋지게 만들어 버리는 모모(모모), 오만하지만 당당했던 엘리자베스(오만과 편견)... 그리고 나이를 잊은 유쾌함과 쾌활함을 간직하며 노년을 밝게 사는 시즈할머니를 만날 때 닮고 싶어 집니다
김영삼도서관에서 방문낭독자를 위한 낭독교육을 하면서 낭독의 재발견을 하게 됩니다. 방문낭독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우선 낭독봉사자가 직접 어린이집, 요양원, 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가 책을 읽어 주는 봉사활동도 있고, 복지관(시각장애인 복지관, 도서관)으로 서비스 신청자가 직접 찾아와 낭독봉사자와 일대일 방문낭독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시각장애인 방문낭독 봉사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낭독봉사자가 집으로 직접 찾아가 일대일 낭독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방문에 대한 부담감과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현재는 일대일 낭독서비스는 전화낭독 등으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김영삼도서관에서는 도서관으로 낭독봉사를 신청한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를 매칭하여 도서관 내 일대일 낭독장소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복지관, 기관 등)으로 찾아오는 낭독서비스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도 가능합니다. 그럼 수어가 가능한 봉사자가 매칭이 되겠지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문낭독 봉사자는 먼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부터 들어갑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동행하기, 길 안내하기, 책상 의자 위치 잡기 등 일대일 낭독봉사자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알려줍니다. 다음으로 대면낭독을 위한 책 선정(시각장애인이 미리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책을 비치해 둡니다)부터 낭독 시간, 토론 활동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 의견을 나눕니다.
녹음낭독봉사와 다르게 대면낭독은 입체낭독에 가깝습니다. 녹음낭독은 목소리의 크기를 일정한 톤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대면낭독은 내레이션, 등장인물, 배경설명 등 시각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대면낭독을 더 재미있어하고 좋아합니다. 또 낭독이 끝나면 중간에 대화를 통해 좀 더 심화토론이 가능하기에 깊이 있는 독서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속 시즈할머니는 저의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아담한 키에 귀여운 외모, 꽁지머리를 한 시즈 할머니는 외양도 저와 비슷합니다. 외양보다 더 닮고 싶은 것은, 언제나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그녀의 명랑한 성격, 유쾌한 웃음,,, 그리고 멋진 낭독의 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