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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다유 Nov 20. 2024

구름 위 신혼여행

3장 낭독의 재발견 - 요양원 낭독 2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기쁜 마음으로 가는 곳이 있습니다. 

낭독봉사자 교육을 통해 그 인연으로 1년 넘게 멘토로 가는 곳이 있습니다. 파주에 위치한 <한울도서관>입니다. 이곳에서 낭독봉사자 교육을 3회 차 진행했는데 다른 봉사자 교육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낭독봉사를 위한 녹음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 봉사자 교육을 먼저 진행했다는 것이죠. 대부분 녹음실과 마이크, 낭독봉사용 도서가 서가에 비치된 상태에서 낭독봉사를 위한 신입봉사자 교육과 기존봉사자 재교육을 신청합니다. 그런데 <한울도서관>은 녹음스튜디오도 없는 상태에서 예비 낭독봉사자부터 먼저 뽑아 교육을 받고 싶다고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열 명의 예비 낭독봉사자 교육 마지막 날,

"지난 3주 동안 낭독봉사 교육을 잘 받으셨는데 이대로 녹음실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입니다. 지금의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서 낭독봉사의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추천한 것이 낭독 독서모임입니다. 책을 선별해서 매주 일정한 분량을 녹음해서 밴드에 올리고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서로 피드백을 해 주면서 낭독훈련을 계속해 나가면 좋겠다는 조언을 드렸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났을 때, 교육담당 사서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강사님, 너무 거리가 멀어 조심스러운데요,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에 방문하셔서 낭독봉사자들 멘토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집에서 파주 한울도서관의 거리는 왕복 5시간입니다. 사실 도서관의 재정으로 교통비 정도 지급이 되는 상황에서 저에게 강의 요청을 한다는 게 많이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흔쾌히 멘토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강의를 다녀봤지만 계속 인연을 맺고 낭독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기에 저에게도 예비 낭독봉사자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먼저 한울도서관 녹음봉사 <한울소리낭독>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낭독하기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셔서 그동안 새벽낭독에서 진행했던 책들 중에서 선별해 보내주었더니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해 봉사자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선정된 도서를 낭독하고 녹음파일을 밴드에 올려 서로 피드백을 해 줍니다. 그리고 제가 한 달에 한 번 멘토로 참여해 함께 책을 낭독하고 피드백을 진행합니다. 책의 마무리는 낭독극으로 진행합니다. 처음엔 쑥스러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며 부끄러워했는데 나중에는 자신감이 생겨 멋진 낭독극 무대를 만드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1년 가까이 멘토로 진행하면서 이제 낭독봉사자들에게 새로운 봉사의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젠 낭독봉사할 준비가 되었는데 무대가 필요했습니다. 도서관 사정상 아직 녹음실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사서님에게 건의를 드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요양원 낭독입니다. 마침 도서관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꽤 규모가 큰 <파주 아름다운 요양원>이 있어 문의를 드렸더니 흔쾌히 낭독공연을 해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낭독봉사자들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요양원 낭독을 진행했습니다. 3시부터 공연 시작인데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을 바라보며 한울소리 낭독님들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합니다. 공연 전 함께 모여 최종 리허설을 진행하고 복식호흡과 낭독체조를 진행하면서 즐거운 낭독을 해보자고 하니 표정이 환해집니다


첫 번째 낭독은 좋은생각 속 <구름위 신혼여행> 입니다. 70대 노부부가 결혼 후 46년 만에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을 천천히 담담히 낭독합니다. 앉아 계신 어르신들의 미소 띤 표정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고개를 살짝 내리며 끄덕입니다. 이어 시니어 그림책 낭독은 잔잔한 배경음악과 더불어 스크린에 그림을 크게 띄워 입체낭독의 멋을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서님의 노력으로 녹음실 봉사 보다 먼저 직접 대면낭독봉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울소리낭독> 봉사자들의 아름다운 낭독의 소리가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낭독공연 이후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쳐 주셨던 그분들의 표정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 낭독은

나를 보듬고 치유의 시간이었다면

너에게, 낭독은

밖으로 향하는 따뜻한 마음의 전달,

바로 낭독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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