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낭독의 재발견- 책의 마무리는 낭독극으로
문화강국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독서율은 부끄럽기만 합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성인이 1년 동안 평균 3권을 겨우 넘겨 독서율 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우리에게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나라답게 다양한 독서모임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코로나 이후 자체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온라인 독서모임은 우리의 독서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살짝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바로 독서모임의 방식입니다
먼저 일반적인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선정해서 읽어 오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독서모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 직접 만나거나 온라인 화면 속에서 책의 내용을 주제로 토론을 합니다. 인원이 많으면 제한시간을 두고 진행합니다. 돌아가면서 발표를 할 때는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끝까지 경청합니다. 토론이 끝나면 다음 책을 선정합니다.
새벽낭독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독서모임과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책을 부담 없이 즐기고 싶었습니다. 미리 읽어오는 부담도 느끼고 싶지 않았고 날 것 그대로의 문장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생한 기쁨을 한 달에 한두 번 독서모임 하는 날 뿐만 아니라 매일 느끼고 싶었습니다
새벽낭독은 매일 만납니다. 그것도 새벽 5시에 합니다. 아직 잠자리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에 우리는 시작합니다. 책을 눈으로 읽지 않습니다. 소리 내어 낭독합니다. 눈으로 입으로 귀로 머리로 호흡으로 온몸의 감각을 활용해서 책을 맞이합니다.
돌아가면서 낭독하고 눈을 감고 경청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에 와닿는 문장에 줄을 칩니다. 낭독이 끝나면 왜 그 문장을 선택했는지 왜 그 부분이 끌렸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문장을 한번 더 낭독합니다. 그때의 낭독이 바로 찐 낭독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단톡방에 오늘 선택한 문장을 '오늘의 한 문장'으로 예쁘게 섬네일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오늘 우리는 일곱 명이 올린 일곱 개의 아름답고 찬란한 문장을 받고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새벽낭독의 백미는 입체낭독입니다. 바로 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에 낭독극을 진행합니다.
1. 소설낭독극을 준비하면서 한 달 동안 함께 낭독하고 토론했던 내용 중에서 등장인물 묘사가 잘 되어 있는 부분을 먼저 찾습니다
2. 주인공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첫 번째 낭독극으로 뽑은 장면은 바로 다아시가 느닷없이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는 장면입니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오만과 오해로 가득 품고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훅 사랑고백을 하는 다아시를 받아줄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 낭독극은 다아시에 대한 오해가 자신의 편견이었음을 깨닫는 엘리자베스의 변화된 모습입니다
3. 배역은 가장 잘 맞는 사람이 추천을 받아 결정합니다
한 달 동안 서로 경청을 했기 때문에 배역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느낌 위주로 진행합니다
4. 낭독극 하루 전에 함께 맞춰 보면서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날짜가 짧아 연습은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리허설 없이 바로 진행했습니다
5. 만약 온라인 낭독극이 아닌 직접 만나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거라면, 각자 역할에 맞는 시나리오(대본)가 있어야 하고 무대연출, 음악, 조명 등이 필요합니다.(장비가 부담스럽다면 스터디카페를 빌려 역할을 정해 낭독극을 진행해도 재미있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만났던 책을 잘 보내기 위한 우리들의 이벤트입니다. 그동안 쌓았던 책과의 정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새벽낭독에서 진행한 책들을 전부 낭독극으로 마무리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소설을 진행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서로 마주 보고 소통하면서 나를 발견합니다. 나와 비슷한 인물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소설 속 등장인물로 배역으로 정할 때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