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엄마 목소리
'응답하라 1988'(tv N 드라마) 속 정봉이 아빠는 생일날만 되면 우울하다
정봉엄마는 평상시 자신을 그렇게 웃기려고 노력하던 남편이
왜 생일날만 되면 우울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역시 오늘도 남편은 자신의 생일날 한숨을 쉬며
안방에 모로 누워 있다
정봉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장롱 속에 버리지 않고 모아둔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때 '왜 멀쩡한 것을 버리냐'며 말리려고 일어난 정봉 아빠는 오래되고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엄마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예전 자신의 생일날 엄마가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집에 방문했을 때 녹음된 목소리였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정봉 아빠는 자신이 왜 생일날에 그렇게 우울한지 알게 되었다
이제는 돌아가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는,
가만히 빗소리와 더불어 자신의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며
보고픈 엄마를 향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 맹위를 떨칠 때 지병이 있거나 특히 젊은 사람보다 나이 많은 노인의 사망률이 높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자 나는 불안했다. 그래서 자주 안부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럴 때 부모님 목소리를 녹음했다. 왠지 지금 이 목소리를 다시 못 들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컸던 시기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도 가끔 어머님과 전화 통화할 때면 녹음을 한다. 정봉이 아빠처럼 어느 날 나도 지금의 이 목소리가 그리울 날이 올 것 같은 마음 때문이다.
목소리는 그 사람이 갖는 고유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목소리엔 그 사람만이 갖는 역사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의 감정, 경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만난다. 어떤 목소리는 맑고 청량하며, 어떤 목소리는 중저음의 나직함이 안점감을 준다. 밝고 경쾌하며 힘 있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우울하거나 지치고 피곤함이 묻어있기도 하다. 얼굴표정에서 보이지 않는 감정이 목소리에 흘러나올 때 위로의 목소리, 따뜻한 포옹은 힘이 된다
낭독인으로 목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누가 낭독하느냐에 따라 그 책의 분위기와 전달되는 메시지가 전혀 달라짐을 느낀다. 전달되는 목소리에서 '아, 이분이 진정성 있게 낭독을 하고 있구나' '작가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때로는 놀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가장 듣기 좋은 낭독의 소리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눈을 맞추고 미소를 머금고 따뜻함이 스며든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세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나는 너랑 통화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다"
어머니는 전화를 할 때마다 꼭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늘도 참 감사하구나' 되뇌신다
'저도 어머니 덕분에 행복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된 목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녹음버튼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