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새벽낭독의 책들1-총,균,쇠
새벽낭독에서 처음 선택한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다. 매일 새벽 온라인에서 만나 읽고 토론하는 책으로 이보다 더 찰떡인 책은 없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전염병의 공포에 어쩔 줄 몰랐던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도대체 왜 세계는 과학 의학이 발달된 지금도 전염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정신적 안정제가 필요했다. 또 혼자서는 도저히 방대한 분량의 벽돌책을 깨기 힘들었기에 함께 하면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도 한 몫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벽의 시간을 확보해서 삶의 한 고비를 성장의 발판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두근거리는 계획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소리 내어 읽기 '낭독'이 자리 잡았다.
<총, 균, 쇠>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1972년 7월, 열대의 섬 뉴기니의 해변을 거닐고 있을 때 그곳의 정치가 '얄리'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에게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총, 균, 쇠>라는 대작을 쓰기 시작했고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명저로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기원과 그 속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아프고 잔혹하게 느껴지는 인류의 그림자까지도. 책장을 넘기며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역사의 흐름과 그 이면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우리 후손들에게 던져진 엄중한 질문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그 깨달음은 지적인 탐구를 넘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깊은 성찰과 책임감을 안겨주는 귀한 경험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토론이 이루어진 대목은 근대사의 가장 큰 충돌 '아타우알파 생포' 사건이었다. 유럽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지,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를 아주 잘 다루고 있었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얼마나 잔혹한 것인가.
특히 스페인 군대가 남아메리카 인디언과 대적하는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온갖 황금으로 치장한 잉카제국의 최고 통치자 '아타우알파'는 거대한 가마 위에서 스페인 군대의 대장 '피사로'를 내려다본다. 햇빛에 반사된 황금빛 치장 때문에 눈이 부시고 8만 명이 도열한 원주민 병사들의 수에 압도된 168명의 스페인 군대의 잔뜩 긴장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8만 명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스페인 병사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그들이 가져온 세 가지에 경천동지 하고 말았다. 처음엔 태어나 처음 본 엄청난 크기의 짐승 '말'에 놀라 도망치다 죽고, 두 번째는 듣지도 못한 천둥 같은 총소리에 놀라서 혼비백산 도망치다가 서로 깔려 죽고, 총에 맞아 죽었다. 이 역사적 사건에 총, 균, 쇠가 모두 들어가는 데 마지막 하나가 '균'이었다. 천연두, 발진푸스, 이질 등 바이러스에 취약한 인디언들은 속절없이 감염되어 죽음을 맞이했고 그 취약한 틈을 이용해 스페인군은 원주민들을 점령할 수 있었다.
하나의 찬란했던 잉카 문명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그중 꼬야 님은 우리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가져온 신무기 '조총'으로 조선의 백성들이 느꼈을 무서움과 공포의 순간이 겹쳐졌다면서 하나의 문명이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얘기한다.
꼬야 님은 새벽낭독 원년멤버다. 그녀는 30년 차 간호사로 매일 환자를 돌보며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다. 매일 반복된 간호사 업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무력감이 찾아왔다. 삶을 지탱하기 위한 지렛대가 필요했다. 그렇게 독서를 찾았고, 그 안에 내밀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낭독'을 시작했다. 낭독을 하면서 자신 안에 숨어있던 '내면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보다는 가족, 일터에서 삶의 대부분의 시간에 집중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날, 낭독 수업을 통해 울컥 올라오는 마음속 응어리거 터져 나오고 그건 걷잡을 수 없는 오열로 흘러나왔다. 낭독치유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독서와 낭독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갔다.
처음 새벽낭독 참여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 <총, 균, 쇠>를 읽고 싶었는데, 아직 '총'만 읽고 더 나가지 못했다. 앞으로 그 너머의 세상을 보고 싶어 참여했다"'며 독서의 열망을 드러냈었다.
얼마 전 그녀는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50대 간호사의 독서 여정 <책을 고르다 숨을 고르다> 속에는 처음 새벽낭독에 참여했던 소회도 들어가 있다. 그녀는 새벽낭독을 통해 소리 내어 읽으며 문장의 리듬감, 작가의 호흡, 단어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고, 눈으로만 읽었다면 지나쳤을 표현들이 귀를 통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고 술회한다. 무엇보다 혼자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총, 균, 쇠>를 비롯 <사피엔스>, <코스모스> 같은 두꺼움을 자랑하는 여러 책을 함께 낭독하면서 어느 새 끝까지 읽게 되었다고 한다.
팬데믹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던 그 때, 새벽낭독에서 첫 번째 책으로 만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단순한 지적 유희를 넘어, 창궐하는 질병의 공포 속에서 인류 문명의 굴곡진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는 곧 우리에게 현재라는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살펴보고, 그 깊이를 성찰하며, 다가올 미래를 위한 인문학적 통찰을 선물한 귀한 여정이었다.
더불어 온라인에서 만난 첫 번째의 소중한 인연도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