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집중과 평정의 힘

by 풍요로움

유발 하라리는 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히브리 대학교에서 전쟁사와 지중해사를 공부한 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지저스 칼리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 <사피엔스>는 2011년에 이스라엘에서 출간된 이후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어서 수많은 지식인과 저명인사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사피엔스>를 두고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 책"이라고 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같은 유명 인사들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전 세계가 하라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하루 두 시간 명상에서 얻은 명쾌함이 수천만의 독자를 거느린 비결이라고 한다.


명상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하라리의 명상 스승 고엔카가 가르치는 위빳사나 명상의 시작은 매우 단순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는 것이다. 너무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5분도 따라 하기 힘들다. 피곤한 날엔 잠에 들기 일쑤이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려 해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저 명상하는 순간의 실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라고 할 뿐인데, 그것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접촉이라는데 왜 보통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익숙해지기 힘든 일일까?


유발 하라리가 매일 명상한 결과 나온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바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 선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환멸, 일, 자유, 평등, 종교, 이민, 테러리즘, 전쟁, 교육, 명상 등 21가지 테마로 나누어 이 불확실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나름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책은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요약해놓은 듯하다.


'제언'이라는 표현이 있어서 구체적인 해법이 담겨 있을 것만 같지만 원제는 강의, Lesson이다.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지극히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폭넓고 명쾌하게 다루는 에세이라 할 수 있다. 명쾌함 속에서도 깊이가 있다. 명상을 통해 얻은 집중과 평정의 힘이 응축된 주제별 21개의 에세이는 주제별로 각각이 책이 될 만하다. 치솟은 인기가 부담스러운 듯 하라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답으로 여기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니 제언 역시 우리 함께 머리 맞대고 생각해보자는 제안일 뿐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을지라도 지금 어딘가 잘못된 세상의 기미가 느껴진다면 그 느낌이 옳다는 것을 알려주며 자신은 독자들의 그 느낌에 명료성을 얹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인간은 영특함과 어리석음을 동시에 갖는 존재다. 사피엔스가 슬기롭고 영특해지는 것과 어리석고 누추해지는 것은 단지 방향의 차이가 가져오는 극단적 결과다. 영특한 생각의 방향을 갖는 데 하라리의 21가지 제언은 확실히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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