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장이 보는 글
'그날'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바쁘다는 핑계로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아빠의 초딩 막내 아이는 대신 여름방학 내내 아파트 수영장에 다닙니다.
어린이 풀 말고 깊은 물에 들어가려면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는데 늘 함께 가주던 중딩 누나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이 못 간다고 하자 막내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도대체 왜, 왜, 왜?"
오열하는 막내에게 누나가 말했습니다.
"그날이라고오~, 쫌!"
- 뭔 그날?
막내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막무가내로 따져 봐야 완강한 누나 앞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두 팔로 양 무릎을 안은 채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립니다.
'그날'을 이해하는 인간의 구분은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어른과 어린이라고 봅니다.
수영장에 입장하려면 경유해야 하는 여자 탈의실이나 샤워장 입구에 실제로(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음) '그날 -> 입장 불가'라고 씌어 있다는군요.
이 사실을 이해할 수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 막내 아이는 속이 상합니다.
어린이 풀은 키가 커서 재미가 없고, 자기 키보다 깊은 물에 혼자 들어갔다가는 수영강사이자 안전요원에게 끌려 나오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 도대체 '그날'이 무엇이길래 누나가 설명도 없이 나와 같이 놀아주지 않는 걸까?
닭똥 같은 눈물만 아니라 그대로 닭이 되어 버린 듯한 막내 아이가 안쓰럽기 그지없네요.
언젠가 누나의 '그날'이 끝나는 그날이 찾아온다는 것도 모른 채 누나 말고 자기를 수영장에 데리고갈 사람이 없다는 것에 심통만 더 납니다.
가끔 물이 그리워 막내 아이를 데려가고는 했던 아빠가 사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간절한 그날이 있을 테지요.
아빠는 다른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막내야, 아빠에게 그날은 일하지 않고도 월급에 상당하는 현금 창출이 가능한 날, 바로 그날이 '그날'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