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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영 Apr 10. 2022

제철음식 먹듯이 봄을 즐기기

내 생에 남은 봄날은?

봄이 어김없이 또 왔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벚꽃은 유난히도 걸음을 느리게 하는 것 같다.


벚꽃으로 유명한 곳을 가면 사람구경 반, 벚꽃구경 반이다. 올해는 좀 열심히 벚꽃을 봤다. 이유는 바로 먹방으로 유명한 입짧은 햇님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우리가 몇 년 안 남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그때 먹어야 돼요"


제철음식이 중요하다면서 하신 얘기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웃겼지만 결코 웃기지 않은 명언이었다.


주변에 보면 부지런히 제철음식을 먹고, 부지런히 시즌의 이벤트들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백화점의 쇼윈도가 매번 짠!하고 바뀌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해마다 같은 것 같지만 지루하지 않다. (난 백화점 쇼윈도가 지루하단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나도 그 사람들처럼 이 봄을 즐기기 위해 안양천을 한바탕 걸었다. 구로에서 신도림까지 흐르는 천과 벚꽃을 보며 축제의 안으로 뛰어든 느낌이었다.


원래 이 브런치의 목적이 버킷리스트를 하고 후기를 쓰는 거였는데 그러기엔 너무 비장해야해서, 뒷감당이 안되서 슬그머니 글쓰기를 미뤘다. 또 주로 여행을 해보고 싶은거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제한이 있고,(그리고 체력도..ㅋㅋㅋ)


근데 햇님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들이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사형수들이 요청한 마지막 식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거야말로 버킷리스트 말의 유래대로 킥더버킷하긴 전 원하는 진정한 버킷리스트 일텐데 그 음식사진이 평범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비장하게 내 눈에 담아보는 벚꽃들..그리고 또 허락이 된다면 올 해, 라일락향기를 맡으며 밤산책을 즐겁게, 그리고 화려하게 휘감은 장미넝쿨을 보고 감탄해야지 하고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다시 세워본다.

이미 와버린 벚꽃과 아직 오지않은 장미 사이에 나는 이렇게 서있다.ㅋㅋㅋㅋㅋ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걸었더니 발바닥이 터질 것 같다.ㅋㅋㅋ


올해는 안가본 곳도 기운을 내서 다녀왔다. 다 거기서 거기지..하는 심드렁한 마음을 내려놓고 앞을 바라보니 이 장면은 내가 살며 처음 본 또 다른 봄풍경이다. 그렇게 해마다 제철음식으로 설레듯 해마다의 계절로 설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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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 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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