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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n 13. 2023

1. 히든싱어[영탁편]에 나가다

유튜브에 달린 어떤 댓글

참 스펙타클한 결혼의 시작이었다. 신혼여행 후 잠깐 봤던 친구도 확진이랬다. 아마 내가 옮긴 듯. 나는 어디서 옮은 걸까? 수요일에 정선에서 한 pcr검사도 음성인 걸 보면 강릉에서 걸린듯싶다. 호텔 수영장인가.. 초당순두부집인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당시는 이제 막 하루 확진자수가 5천 명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코로나 확산을 예고할 때였다. 그렇게 코로나가 걸린다는데 주위에서 걸린 사람 본 적 있어? 없는데? 누가 걸리는 거야? 그게 바로 나였다. 그리고 내 친구, 내 와이프, 우리 엄마까지 걸려버렸다. 아마 모두 내가 옮긴 듯싶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그날부터 10일 넘게 격리되며 강제 밀착 신혼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직장에서 코로나 1호 환자였다.


담당 병원에서 배송된 코로나 격리환자 키트를 언박싱하며 시작된 신혼


격리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하였고 본격적인 신혼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각자의 지인, 친척들과 수많은 집들이가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 우리의 코로나 이야기는 항상 핫한 안주거리였고 하나하나 채워가는 살림을 소개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부부로서 규약을 정하기도 하였다. 그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거나 '너'라는 2인칭을 사용했으나 와이프는 이것이 부부사이에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고 제안하였다. 나도 그 의의에 충분히 동감하였고 우리는 호칭을 수정하였다.


집안일에 대해서는 딱히 역할을 구분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둘 다 적당히 눈치껏 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대체적으로 주방에서 내가 요리를 하며 와이프는 설거지를, 빨래를 너는 것을 내가 하고 빨래 개는 것을 와이프가 한다.


전국 각지로 여행도 다니고, 각자의 집안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처갓집이 서울인 것을 한껏 활용하여 서울의 수많은 곳을 다녔다. 그전까지는 서울을 간다고 해봐야 친구를 만나러 1년에 2~3번 가는 게 전부였으나 결혼 전후로는 이런저런 사유로 한 달에 3~4번은 오가는 듯했다. 지방 청년은 서울을 오갈 때마다 그곳에 나의 지분이 생기는 듯하였고 왠지 재밌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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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지나 2022년 여름방학이 찾아왔고 그 여름방학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 고3담임은 처음인 해라 2학기에 입시지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걱정에 휩싸여있던 때였다.


어느 금요일밤 와이프와 카페에서 게으른 시간을 보내는 중, 유튜브에 알림 메시지가 하나 떴다. 수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어르신 초청행사 중 내가 무대에서 트로트를 불렀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두었는데 거기에 댓글이 하나 달린 것이다.


댓글은 jtbc의 작가가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연락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응??? jtbc???


정말로 재밌는 일이 생기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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