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문구점 주인의
세계 명작읽기 ①

문구점한켠에서 만난 올리버

by 조옥남 Ayuna


1. 문구점 한켠에서 만난 올리버

출근을 하면 늘 같은 풍경이 나를 맞는다.
정면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파일들은 언제나 각이 선 듯

편안하고, 각종 사무용품들은 변함없이 환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그렇게 오늘도

30년째 같은 문구점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오래 봐온 물건들이라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익숙함 덕분에 하루는 늘 큰 소리 없이, 편안하게 시작된다.

손님이 뜸한 시간, 계산대 옆 작은 책상에 잠시 앉아 책을 펼쳤다.

바로 『올리버 트위스트』였다.


젊은 시절에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 나이에 다시 만난 올리버는 전혀 다른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었다.


책 속의 올리버는 너무 작고, 너무 배고프고, 너무 외롭다.
그런 아이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문구점 안에서, 아이들이 샤프 하나를 고르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책 속의 올리버를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책을 근무 시간 중에 짬짬이 읽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몇 쪽 읽다 손님이 오면 책갈피를 끼워두고, 다시 손님을

맞이 하고, 또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한 장을 넘겼다.


마치 올리버가 내 하루 속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속도는 느려진다. 하지만 대신,

한 문장은 오래 남는다.

올리버가 처음 세상에 질문을 던질 때, “조금만 더 달라”고

말하던 장면에서는 괜히 책을 덮고 한숨을 쉬었다. 왜 이

나이에 이 이야기가 이렇게 마음에 남았을까. 아마도 나는

이제 아이의 입장보다 어른의 자리에 더 오래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키웠고, 아이들을 매일 마주하는 일을 해왔고,
이제는 ‘어른이 아이에게 무엇이었는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구점 한켠에서 읽은 이 오래된 소설은 그저 유명한 명작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과 겹쳐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서둘러 읽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천천히,

하루의 틈마다 올리버를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아이에게 세상이 왜 이렇게까지 가혹했는지,

그리고 그 가혹함 속에서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문구점의 하루는 내일도 같은 모습으로 시작되겠지만, 책 속의

올리버는 또 다른 질문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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