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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Oct 21. 2021

결혼을 해야 사람 된다

지금 마침 슬럼프가 왔거든요



 어렸을 때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는데, ‘서른은 되어야 사람 되지.’라고. 근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이란 고양이, 강아지처럼 하나의 생물학적 구분을 위한 명칭일 뿐이다. 이 말은 ‘서른은 되어야 인간이 된다.’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은 내가 어렸을 때, 내 또래의 사람들은 대부분 20대에 결혼을 했으니, 아마 결혼을 해야 인간답게, 남들과 비슷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나도 인간답게 살고자 결혼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결혼이 굳이 하고 싶었다기 보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삶이 불편해서, 또는 친구들이 결혼을 하는 게 부러워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자녀가 되기 위해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할 거라는 생각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내가 해야 할 일과 책임져야할 일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질 뿐이다. 내 아이들은 결혼을 하지 았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생각 날 때마다 말해두는데, 사실 내 아이들은 내 말에 세뇌가 잘 된다.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아직 엄마가 예쁘다고 말하는 아이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아직, 아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아이들의 삶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는 없다. 결혼을 해야 인간답게 살게 될 것 같다면 당연히 결혼을 택하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결혼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해선 안된다.


 주변에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나 지인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있는데 사실, 결혼 한 사람들은 알지 않을까? 결혼은 아름다운 인생과는 거리가 먼 제도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난 다시 결혼이라는 걸 선택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사람으로 사는 것보다 인간으로 사는 게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련과 아픔이 배가 된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쓸쓸히 견뎌내야 하는 시간을 더 두려워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결혼은 미친 짓이라 생각하는 나는 참 내가 봐도 별로다. 이제는 인간이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하지만 어떤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인간답게 말고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말은 안정감이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비겁한 변명 아닌가. 그럼에도 가끔은 변화를 꿈꾸고 자유를 원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만의 행복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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