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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Oct 17. 2022

설마 속옷을 이렇게 입고 다녀요?



식샤를합시다2


설마 속옷을 이렇게 입고 다녀요?

식샤를 합시다2에서 황승언이 서현진에게 한 말이다. 서현진은 극중에서 윤두준과 썸을 타는 중이었다. 황승언은 자신은 누군가와 썸을 타는 시기부터는 위 아래 속옷을 맞춰 입는다며, 위 아래 속옷이 다르면 보여주기 부끄럽다며 서현진을 놀려댔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 그래서 내가 전 남친에게 차였나? 라는 몹쓸 자책도 했다. 그래, 다 내탓이구나. 나란 모자란 여자.

나는 뿌리신경병증이라는 질환이 있다. 19살때 학원 계단에서 구른 후 생긴 질환이다. 얼마 전 계단에서 굴러 사망한 여자를 뉴스에서 본적이 있는데 그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꼭 그때의 내 모습 같았다.  나도 꼭 그렇게 넘어졌었다. 여껏 아팠던게 문제가 아니라 죽지 않아 다행인 거였다. 당시에 나는 한 2주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쳤지만, 온몸에 멍이 들어 창피한 마음에 병원에 가지 못했다. 어린 사춘기 소녀는 아픈 것보다 타인의 시선이 우선이었다.

그 이후 궂은 날씨에도, 꽉 끼는 양말에도, 불편한 속옷을 입은 날에도 나는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다. 빨리 치료 받지 못한 탓이라 어쩔수 없지 뭐. 주인을 잘못 만난 내 몸은 참으로 안쓰럽다. 하지만, 훗날 병원에선 다친 후 신경이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하다 했다. 빨리 치료를 받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친 탓이다. 멀쩡한 다리를 가지고 살려면 6개월에 한번, 보통 사람이라면 생전 처음 보는 것 같을 크기의 주사 바늘을 척추에 꽂아야한다고 했다. 나는 그 주사를 처음 맞고선 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을거라 다짐했다.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주사를 맞은 후에도 한동안 걸을 수 없어 병원에 머물러야 하니 나처럼 보호자가 없는 환자에게는 너무 힘든 과정이다.

나는 예쁜 속옷을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속옷을 살때 주로 브라에 맞춰 사게 되면 팬티가 너무 불편하다. 또 팬티에 맞춰 사면 브라의 보정력이 별로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편한 속옷을 찾으니 따로 입을 수밖에.


그런데, 저 드라마의 주인공은 남친에게 보여주기 위해 꼭 속옷을 위 아래로 맞춰 입어야 한단다. 겉옷도 맞춰 입기 힘든데 꼭 그래야 할까. 하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추려면 겉옷보다는 속옷을 맞춰입는게 국룰이다. 하지만, 그저 아무도 보지 않는 속옷을 내 연인의 성적자극?을 위해 맞춰 입어야한다니. 그래.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애인을 못 만들겠구나. 아니 안 만들면 되겠구나.

하지만, 어느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사실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의 속옷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의 속옷이 아니라 알몸에 흥분한다는 사실. 속옷을 입은 채 천천히 애무를 원하는 여자와 그 속옷을 빨리 벗기려는 남자간의 좁힐 수 없는 취향 차이에 의해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걸까. 속옷을 맞춰 입어야 센스 있고 멋진 여성이 된다는 말은 그저 남자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들이 만들어낸 환상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만약 그녀들의 주장이 맞는 말이라고 한대도. 불편한 속옷 때문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여친을 위해 자신의 성적 흥분?은 내려 놓을 수 있는게 사랑 아닌가?



"있는 그대로 사랑할 자신이 없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는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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