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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Dec 23. 2020

너는 내 마음에 눈처럼 내려


너는 내 마음에 눈처럼 내려



마음이 우중충한 날엔 네가 내 마음에 내려

나를 감싸주는 것 같아. 눈은 너를 닮았어.

그 하얗고 차가운 네가 내리는 날엔 내 마음이

하얗게 없어지는 것 같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 눈은 비와 달라.

어떻게 다른지 아니? 잘 생각해보면

비가 조금 차가워지면 눈이 되는 것 같지만

그저 온도가 달라지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더라고.

비는 자신이 내린 곳에만 머물지 않고

도랑이나 경사진 곳이 있으면 곧 흘러내리거든.

하지만 눈은 내린 그 자리를 포근히 감싸줘.

경사진 곳이나 뾰족하게 날 선 곳에서도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거든.

가끔은 내 날 선 감정이나 모난 마음을

네가 감싸주는 것 같아.

내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는 짐을

모른 척해주는 것도 참 좋아.

며칠 전에 눈이 왔었어.

날씨가 포근해 거의 다 녹았지만

그늘진 한쪽엔 아직 눈이 남아있더라.

따듯한 햇살이 닿지 않는 그늘에서는 눈이 녹기 힘들었나 봐.

아직도 내 마음 그늘진 구석에 남아있는 너처럼

안쓰러워 한참을 봤어.

눈은 따듯한 봄이 오면 녹겠지만,

내 마음엔 봄이 찾아오질 않아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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