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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an 02. 2024

탐정 없는 탐정사무소




 "우와 탐정사무소다!" 얼마 전에 시내를 지나다가 탐정사무소를 발견했다. 명탐정 코난에 빠져 산지 이십여 년 만에 탐정사무소를 발견하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근데 우리나라에 탐정이 있었나? 탐정이라니. 자격증이 새로 생긴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탐정사무소흥신소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내가 알던 흥신소라면 다소 무서운 아저씨들이 있는 곳이었지만, 탐정사무소라니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아주 친절하고 똘똘한 청년이 있을 것 같아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이내 절대 탐정사무소 같은 곳엔 방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름이 흥신소에서 탐정사무소로 바뀌었을 뿐 하는 일은 예전의 흥신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다. 이름은 참 중요하다. 예전에 변호사사무실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때 본 고객들은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전까지는 변호사사무실에 오는 고객이라면 그저 변호가 필요한 선하고 억울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사실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들 대부분 사기꾼이거나 구질구질한 일에 엮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걸 알면서도 일을 한다.



 병명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처음에 조현병이라는 병명을 들었을 때는 생소했었는데, 조현병의 원래의 명칭은 정신분열증이다. 바뀐 병명으로 조금은 순화되어 보이지만, 이름이 바뀐다고 증상이 바뀌는 게 아니다. 그렇다. 아무리 탐정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어도 탐정을 허가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탐정을 볼 수는 없는 거다. 그렇다면 흥신소는 왜 탐정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었을까. 그저 돈만 내면 발급받을 수 있는 탐정자격증을 왜 자랑스럽게 사무실에 내거는 걸까.



 보여주기식이라도 직함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처음 작가가 되길 희망했을 때 받았던 등단의 유혹처럼. 단돈 몇십만 원이면 등단을 할 수 있다고. 또 그 등단을 유지하기 위해 일 년에 몇십만 원의 회비가 필요하다고 하는 곳이 널리고 널렸다. 그 단체에서 등단한 작가들은 자랑스럽게 등단을 했다며 프로필에 당당히 걸어놓았지만, 작가의 소양에 필요한 건 등단이 아니다. 그들은 정말 그런 등단이 자랑스러울까. 등단을 했다고 글의 질이 달라지는 건 아닐 텐데. 제대로 된 실력으로 등단하기 어렵다면 그냥 하지 않으면 된다. 타인은 속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속일 수가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간판은 내걸지 말자.



  우리나라엔 없는 탐정. 탐정 없는 탐정사무소. 과연 괜찮은 걸까.


 

  이건  담인데, 나는 명탐정코난을 보며 등장인물의 관상만으로 범인을 맞춘다. 나는 고인물이다.




범인은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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