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 그냥 겨우 한 번이잖아. 수많은 날들 중 겨우 하루. 평소에 하지 않는 일탈을 하거나, 나답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은 날. 우리에게 그런 날이 주어진다면, 그날엔 뒤돌아서면 다 잊히는 마법 같은, 없었던 하루가 되는 거야. 삶은 이토록 허무하고, 사는 내내 살고 싶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엔 죽고 싶고, 어느 날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은 날이 있잖아.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는, 그게 허락되는 단 하루가 있다면.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야.
사람들은 취중진담이라고 하는데, 나는 술을 마시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나왔어. 그러면, 그냥 그런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 하지만, 난 왜 다른 사람과 다를까 자책했어.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인지. 반항인지. 아니 어쩌면 나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어느 날에 그냥 네가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다음엔 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어쩌면, 그게 진심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핑계를 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어떤 게 진심인지, 나조차도 확신이 없어서. 어느 날엔 네가 없어 다행이었다가, 어느 날엔 곁에 없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나도 사라지고 싶은 그런 날들이 반복됐거든. 신중하지 못했던 나의 말도, 신중하지 못했던 너의 선택도 단 하루뿐인 거짓된 하루였다면, 뒤돌아서면 없었던 일이 되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어느 날엔 그런 생각을 했어. 세상 누구든 죽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은 죽은 이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그러면 이 세상의 슬픔이 반은 줄어들겠지. 그럼 세상은 그만큼의 행복으로 채워지겠지.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져서 무얼 하지. 사랑하는 사람도 기억할 수 없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