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후벼 파고 또 후벼 파. 피딱지가 생긴 상처를 후벼 파서 말랑한 여린 살이 나오면, 어떻게 그런 상처에 이렇게 연약한 살이 숨어있을 수 있지. 안쓰러운 감정도 잠시야. 또 그 여린 살에 상처를 내곤 했어. 그러면, 마음이 좀 덜 아파. 온통 그곳에 신경이 곤두서서, 마음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거든.
나를 최악의 조건으로 밀어 넣으면, 잠시 행복해져. 먹고살기 어려우면 우울할 틈이 없을 거라고.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내게 누군가가 한 말이었지. 그 말이 맞았어. 당장 더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우울할 틈이 없었지. 하지만, 계속 정신없는 상태로 나를 혹사시킬 순 없는 일이었어. 그 일을 해결하면 아주 잠시 행복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더한 슬픔이 밀려왔거든. 아무래도 이성은 감정을 이길 수 없는 거더라고.
일상의 작은 행복이 필요했어. 그 작은 행복에 고단함이 녹아내리지. 아주 사소한 행복이어도 괜찮아. 억지로 찾아내려 생살을 후벼 파지 않을 정도로만. 하지만 그게 어려웠어. 너의 빈자리를 사소한 행복으로 채우는데 죄책감이 생기기 시작했거든. 어쩌다 웃고 있는 내가 몸서리치게 밉더라고. 어떻게 너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너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게 네가 원하는 것일까 봐 더 끔찍했어. 넌 늘 나 없이도 행복할 거라고 했잖아. 나는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걸 증명이라도 해보려고, 아주 사소한 행복이라도 오려는 기미가 있으면 인상을 찌푸렸어. 행복은 나와는 맞지 않는 것처럼. 불행하기로 했거든.
하지만 언젠가 네 생각을 하며 잠시 웃는 나를 보며 깨달았어. 내 행복을 가득 채우던 네가, 아주 가끔 내 행복을 채울 수도 있다는 걸.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소한 것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슬픔이었다는 걸. 아픔다음에 슬픔다음엔 아주 사소한 행복이 되는 거지. 우린 그런 걸 추억이라고 부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