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소한_사랑

by 김소연



정말 끔찍한 게 뭔 줄 알아? 내가 원망하고 힘들어했던 그 상황을 내가 그대로 재연한다는 거야. 사람이 얼마나 우매한지. 어릴 적 사랑받지 못한 어린아이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채로 어른인 척하며 살고 있거든. 나이는 일 년씩 꼬박꼬박 먹는데, 마음의 나이는 겨우 하루 이틀 지났을 뿐이거든. 무언가를 갈구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마음과 겉모습이 차이가 많이 나. 마음은 사랑으로 자라는데 외면은 상실로 자라나거든. 그래서 작은 상처에도 마음이 더 힘들어지거든. 그 상황에 처한다면 얼마나 힘들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니.


어릴 적엔 부모님의 사랑이 필요했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의 사랑이, 결혼 후엔 배우자의 사랑이 필요했어. 그래서 그걸 채워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원망했어. 근데 결국 나도 그들에게 사랑을 준 적이 없었거든. 그게 문제야. 사랑은 주고받는 문제여서 한쪽에서 삐걱대기 시작하면 나중엔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거든. 니바퀴가 이미 오래전에 어긋난 버린 거거든. 그냥 서로 맞지 않는 톱니바퀴일 뿐인데,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다 내 속도에 맞지 않은 상대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했지. 생각해 보면 아무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이젠 누군가와도 맞추려 하지 않는 내가 이상하지도 않아. 우린 언제부터 맞지 않았는지. 네 잘못 말고 내 잘못은 없는지 이제 알고 싶지 않거든.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도 평범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었거든. 주 사소한 사랑으로도 충분한 그런 행복말이야.


언젠가 철학관에서 이런 말을 들었어. 흔히 말하는 사주가 좋은 사람과 사주가 안 좋은 사람이 궁합을 보러 오면, 사주가 좋은 사람을 먼저 내보내고, 사주가 안 좋은 사람한테 둘의 궁합이 너무 안 좋다며 결혼을 말린대. 그럼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상대의 사주가 좋지 않구나 생각한다는 거야. 하지만 실상은 반대야. 사주가 안 좋은 사람은 사주가 좋은 사람하고는 못 산다는 거야. 좋은 기운을 받을 운이 없으니 치인다는 거야. 어쩌면 사랑도 마찬가지일 거야. 사랑을 받을 넉넉한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는 없는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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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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