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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Sep 07. 2021

또 떨어졌어

지금 마침 슬럼프가 왔거든요



 이번에도 또 떨어진 것 같다. 2년 전에 시집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별 관심 없던 공모전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브런치북 프로젝트, 유명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신인문학상에 응모했었다. 횟수로 보면 두 번 밖에 안 떨어졌네? 하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내가 처음 공모전에 작품을 낸 건 20여 년 전이었다. 그때는 문학작품이 아닌 드라마 대본이었는데, 당연히 당선이 될 리 없는 허접하고 난잡한 내용이었다. 그 드라마 내용은 능력 없는 백수의 모험? 같은 이야기였는데, 내가 생각해도 별로 재미는 없었다.



 



 그때는 당연히 떨어지겠지, 라고 생각했었지만, 어린 마음에 많은 상처를 받고 글쓰기를 포기했다. 그때 내가 좌절한 이유는 공모전에서의 낙선이 원인은 아니었다. 꼭 하고 싶었던 작가의 꿈을 위해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많은 실망을 했기 때문일 거다. 마감일이 될 때까지 나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못하고 마감전날 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원고를 당당하게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내 이름을 걸고 제출한 작품이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면, 그 작품을 누가 뽑아주겠는가? 작가로 데뷔한 이후,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완성된 작품도 거의 대부분의 응모자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데, 그때의 난 참 어리석고, 한편으론 용기가 있었다.


 이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지 못해도 별 감흥 없이 다음번에 도전하지 뭐, 이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기대감이 크지 않아도 좌절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한 ‘안데르센 동화 재창작 공모전’도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공모전에 작품을 낸 후, 다른 분들의 작품을 읽으며 재미있는 글을 찾아 다녔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봐도 (내가 쓴 작품처럼) 눈에 띄는 작품은 찾지 못했지만, 심사위원들은 좋은 작품을 잘 찾아낼 테다. 굳이 내가 다른 이의 작품을 읽으며 미리 좌절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여전히 낙선한다면 꽤 슬플 것 같다. 짧은 내용의 글이었지만, 그 글을 구성하는 데에만 꼬박 한 달이 걸린 작품이었다. 물론 동화는 짧은 글이기 때문에 구상이 끝나면 쓰는 데에는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예전 20여 년 전에 내가 낸 드라마 극본이 당선이 되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봤다. 그건 아마 내게 좋은 일은 아니었을 거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에 인정을 받는다면 나는 나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 글에 안주하지 않았을지. 그러면 오히려 그때보다 더 다양한 글을 쓰는 내가 되지 못했을 거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후한 평가를 받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 다른 이들은 속여도 바로 자신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이 당선 되는 건 경제 개념이 없는 자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을 찾기 위해 글을 쓴다. 덕분에 공모전에 도전하는 내용도 다양해졌다. 아직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은 내 공모전 당선이 된다면 준비가 덜 된 작가에게 독이 되지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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