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련은 한꺼번에 온다. 그래서 늘 하나의 일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일에 경황이 없고, 그 틈에 또 시련이 다가온다. 그녀는 일 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세 번의 가족상을 당했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녀는 반복되는 슬픔에 이미 지쳐있다. 이번에도 별일 아닌 듯 나에게 그녀의 강아지들을 부탁했다. 지금 강아지를 신경 쓸 겨를이 있냐며 네 몸이나 추스르라고 말하고서도 안타깝다. 한 가정의 엄마로 산다는 건, 가족상을 당했어도 가족의 끼니를 걱정해야하고, 아픈 강아지를 챙겨야하는 절제된 슬픔이다.
앵두
처음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날 즈음부터 그녀의 강아지는 많이 아팠다. 원래 작은 체형으로 태어나 병까지 드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말티즈라 해도 1키로가 될까 말까한 가느다란 강아지는 보기만 해도 안쓰러웠다. 그녀는 마치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상을 당했다는 말을 전하기 전에 강아지 걱정을 먼저 했다. 가족상이 여러 번 반복되어 덜 슬픈 건 아니었다. 아무리 잦은 슬픔이라도 익숙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가 있을까. 그녀는 아픈 강아지마저 세상을 등지게 될까 두려웠나보다. 먼저 떠난 가족이 남아있는 가족을 데리고 간다는 미신을 그녀는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벌써 2년이 안 되는 사이에 벌써 세 번째 상을 당했으니, 나도 마땅히 아니라고 말은 못했다.
“며칠간 우리 앵두(강아지) 좀 돌봐줄 수 있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강아지를 내게 맡길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것도 아픈 강아지를 말이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우니 그녀의 집에 자주 들러 강아지들을 돌봐주기로 했다. 그녀와 나의 집은 차로 5분 거리여서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잊을까 아픈 강아지를 어떻게 돌봐야하는지 상세하게 잘 설명해주었다. 밥 먹는 방법, 약 먹는 방법, 그리고 신장이 좋지 않은 강아지에게 물도 꼭 먹여주라고 하며, 마지막으로 가족상을 당했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녀의 말투는 너무 안정적이고 침착해 보였다.
눈물바다 _참지마 눈물 슬프면 그냥 울어
사랑한다 말해도 돌아오지 않을 사람 마땅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아 사랑한다 말합니다
그립다 말해도 전해지지 못할 그 말 그대에게 닿지 못할 그 말이 내 안에 소용돌이쳐 눈물바다를 이룹니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내 눈에 눈물이 내 안의 바다를 감당치 못해 눈물은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그녀가 세 번째 상을 당했을 때 그녀에게 써준 시이다.
시집 '참지마 눈물 슬프면 그냥 울어'에 수록된 시.
그녀는 세상에 긍정적인 사람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는 착한 사람이다.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만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인데, 어느새 힘든 일을 겪으며 조금 어둡고 조금 안쓰러운 사람이 되어갔다. 그녀의 부모님과 그녀의 오빠까지 그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그녀를 떠났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떤 슬픔인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녀는 곧 괜찮아질 거다. 자신이 돌봐야할 아이들과 아픈 강아지가 있으니, 책임감이 강한 그녀는 세상을 등질 수 없을 것이다.
벌써 2년 전이다.
그녀와 그녀의 아픈 강아지는 이제 세상에 적응을 하는가보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아주 가끔만 슬픈 듯 보인다. 헌데, 이젠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돌보라는 것처럼, 그녀는 요즘 몸이 많이 아프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거다. 몸의 상처는 마음의 상처보다 치료가 빠르지 않은가. 37살의 나처럼. 2년 전의 그녀처럼, 그녀는 곧 이겨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