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두 진짜 예쁘지?”라고 묻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인다. 마치 “응, 정말 예쁘네”라는 대답이 아니었다간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눈빛이다.
“응, 정말 예쁜데? 어디서 샀어?”라고 신발을 대충 쳐다보며 그녀의 안목을 추켜세운다.
그녀의 구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이 구두는 정말 어제, 그제, 또는 일주일 전에 신은 구두와 같은 구두 같아 보이는데, 왜 또 샀을까? 자세히 보니 조금은 달라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녀의 취향은 참 한결 같다. 옷은 전체적으로 몸에 딱 붙는 옷, 구두는 앞이 뾰족하거나, 덜 뾰족하거나, 날렵하거나, 세련되었거나, 섹시해 보이는 검은색 구두이다. _이 표현들은 그녀의 말에 근거하였다._ 하지만, 난 그녀가 말하는 날렵하거나 세련된, 혹은 섹시함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같은 여자이고 거의 매일 만나는 친구지만, 그녀를 이해하는 일이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아니 어제는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오늘도 구두를 살거라고 했다. 지금 신고 있는 구두도 오늘 처음 신은 거면서 말이다. 난 평소에 뾰족한 구두를 신지 않기 때문에 구두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구두 매장에서 그녀의 눈은 한없이 빛난다. 이 구두는 때가 많이 타는 스웨이드 재질이라 관리가 어렵다, 또 이 재질의 구두는 조금만 신으면 색이 바랜다거나, 다른 재질의 조금 저렴한 구두는 신을수록 반짝임의 강도가 줄어든다며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참을 골랐지만, 이상하게도 내겐 검은색의 뾰족한 모양의 불편해 보이는 구두들일 뿐이다. 결국 그녀는 지금 그녀가 신고 있는 것과 아주 조금 다른 검은색 구두를 구입했다. 난 조금 전보다는 나아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안심했다.
그녀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구두를 산다. 그런 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녀의 경우엔 너무 자주 있는 일이다. 그녀는 안 좋은 일 뿐 아니라 속상할 때에도, 실연을 당했을 때도 구두를 산다. 그런 날은 가장 친한 친구인 나도 그녀를 위로할 수 없다. 참 슬프다. 친구를 물건에 빼앗기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래도 나의 서운한 감정은 잠시뿐이다. 그녀의 관심이 내일은 구두 말고 다른 곳으로 향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그녀의 집에 쌓여가는 검정색의 앞이 뾰족하거나, 덜 뾰족하거나, 날렵하거나, 세련되었거나, 섹시해 보이는, 그녀의 마음 안에서 여러 번 죽었을 그 구두들도 제 주인을 찾는 날이 올까? 이제는 행복할 그녀의 마음에 들어올 그 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