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시간의 법칙

에필로그

by 김소연



일만 시간을 같은 일을 하면 무엇이든 잘하게 된다는 건 정말 사실일까. 그렇다면 하루에 7~8시간씩만 같은 일을 한 대도 꼬박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만약 잘하고 싶은 일이 현재의 직업이 아니라면, 4년이라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어렸을 적 작가를 꿈꿨을 때만 해도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작가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요즘 수시로 힘들어진다. 이 책을 계획했을 때와는 다르게 책 제목처럼 나에게도 슬럼프가 온 것이다.




SNS에서 활동하는 내가 아는 기존 출간작가, 등단작가, 작가지망생들은 가끔 절망적인 글을 쓴다. 아무리 애써도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오지 않거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일지라도 대중의 인정을 받기까지 내가 노력해야하는 시간은 일만 시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을 때, 절망적인 감정이 드는 것 같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일은 어떤 작가는 첫 출간한 책에서 유명작가가 되고 어떤 작가는 책을 열권 이상 출간해도 이름을 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의 글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기까지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글만 잘 쓰면 책이 잘 팔릴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글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알지 못하며, 가장 큰 문제는 유명작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작가들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기준은 글을 잘 쓰는 작가의 책이 아니라,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는 책일 것이다. 그래서 출판업계에서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나오면 비슷한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순수 창작보다는 모방이 더 쉽기 때문 일거다.






사실 작가라는 직업은 정해진 만큼 주어진 일을 하면 성과가 나는 일반 직장처럼 안정적인 일도 아닌데다가, 수많은 번뇌와 자기 성찰이 필요한 일이다. 처음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만 해도 내가 원하던 그저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좌절감도 많이 느껴진다.


내가 아는 일부 작가님들의 소원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작가로 사는 것이다. 그런 이유인지, 요즘 출간된 책들 중에는 퇴사 후 전문 작가로 먹고 살기를 꿈꾸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말 그 책을 쓴 작가들이 정말 자신의 책 제목처럼, 퇴사를 하고 전문 작가로 먹고 사는지는 모르겠다. 워낙 많은 책들이 다루고 있는 그 책들은 사실 그 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정말 씁쓸하지만, 요즘 정말 퇴사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아직도 인기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소재고갈로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하는지 그 근본적인 고민들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내가 현재 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다. 어떤 글이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책을 처음 출간할 당시에 나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 내게도 적용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꾸준히 출간하면 다 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작가라는 직업도 예술가들처럼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한다는 걸 말이다. 작가로서 성공하려면 재능도 노력도 필요한 일이다. 나는 직업이 없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2년여 만에 그들이 말하는 일만 시간을 달성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지 않아도 늘 글감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쓸 것인지 머릿속으로 늘 생각 중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어쩌면 재능이 부족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잇따른 실패로 나의 글은 점점 소극적이 되어간다. 처음엔 하루에 몇 가지의 글을 아무렇게나 SNS에 올리며 반응이 좋은 하나의 글을 남겨두었다면, 이제는 글 하나 올리는데도 수많은 고민이 된다. 어쩌면 나조차도 나를 의심하거나 확신이 없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말이다. 가끔 대중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 글은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 작가가 아닌 것을 가정할 때, 팔로워가 많거나 인지도가 많은 작가들의 경우엔 더 심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 소극적일 수는 없지 않나?


때로는 많은 고민은 자신을 위축시킨다. 악플도 때로는 관심이다.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일 것이다. 의기소침하거나, 슬럼프에 빠진 모든 작가님들을 응원한다. 절대로 일만 시간의 법칙은 우리를 빗겨가지 않을 테니.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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