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꿈의 도시 뉴욕으로
꿈의 도시 뉴욕으로
포틀랜드 여행을 끝낸 나는 뉴욕을 향해 떠났다.
뉴욕.
나에게 있어 뉴욕은 꿈의 도시이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보고 들었던 도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빌딩 사이를 바쁘게 활보하는 뉴요커,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 등 이런 모습들을 티비에서 보면서 이 도시에 대한 로망을 키워왔다. 좋아하는 영화들의 배경지가 뉴욕인 경우도 많았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언젠가 저곳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드디어 꿈꾸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케네디 공항에서 나오자 밖에 길게 늘어서 있던 옐로우 캡들, 옐로우 캡은 나에게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걸 보자마자 뉴욕에 도착한 것이 실감이 났다. 내가 뉴욕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것은 맨해튼 빌딩 숲 사이를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기였다. 사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돌아다닐까 하다가 너무 뉴요커인 척하는 것 같아서 그건 차마 하지 못했다.
구글맵도 켜지 않은 채로 하염없이 걸었던 것 같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 덕분에 걷는 데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좋았다. 영화에서나 봤던 거리를 내가 걷고 있다니. 괜히 내가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맨해튼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들과 도로에 있는 수많은 차들. 그들 사이에 내가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원래의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이 곳, 뉴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좋았고 대도시의 위용에 감탄했다. 그렇게 이 도시에 점점 빠져들었는데 전망대에 올라 노을과 야경을 바라볼 때 결국 정점을 찍었다.
많은 노을과 야경을 봐왔다고 생각하는데 빌딩 숲 너머로 넘어가는 해와 땅에서 별이 반짝이는 듯한 야경은 지금까지 봐온 것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것이었다. 사실 전망대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2-3시간 전부터 올라가 자리를 잡느라 고생했지만 해가 지는 순간부터 야경이 반짝일 때까지 과정을 보자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봐온 야경 중 가장 멋지고 아름다웠다. 도시가 반짝일수록 꿈의 도시에 대한 내 환상은 더욱 짙어져 현실이 되었다.
맨해튼의 밤거리는 낮에 걸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특히 타임스퀘어가 그랬다. 낮에도 수많은 광고판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밤이 되니 그 화려함이 배가 되었다. 그 와중에 삼성, LG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광고가 나올 때면 괜히 뿌듯해지기도 했다.
밤에도 북적이는 타임스퀘어를 바라보며 연말 볼 드롭 행사(타임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 때 여기 서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볼 드롭 행사 때 자리 잡고 기다리기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어느 한순간에는 이 곳에서
새해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내 로망의 장소. 바로 센트럴파크다.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왔는데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다만 상상 속의 나와 현실의 나의 체력은 차이가 너무 커서 실제로는 조금 뛰다가 말았지만..
아무튼 센트럴파크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복잡한 대도시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곳. 그 여유가 좋아서 뉴욕에 있던 내내 하루에 한 번씩은 들렸던 것 같다.
빌딩 숲과 공원이 이렇게 조화롭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전혀 안 어울릴 것 같던 둘의 조합은 의외로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더 멋있었다. 다른 나라의 도시들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부러워한다고 들었는데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규모였고 위치 상으로도 도심 한가운데 이런 큰 공원이 있으니 도시가 삭막해 보이지 않고 싱그러워 보였던 것 같다.
브루클린 지역
맨해튼과는 또 다른 뉴욕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맨해튼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바쁘게 돌아가는 맨해튼에 비해 여유로움을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뉴욕에 또 오게 된다면 브루클린에 더 오래 머물게 될 것 같다.
브루클린의 또 다른 매력은 야경에 있다.
위에서 뉴욕 시내를 한눈에 봤던 전망대에서의 야경과 달리 이 곳에서는 강 너머로 야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봤던 야경이 멋있었다면 여기에서 보는 야경은 뭔가 좀 더 아련한 느낌이다. 뉴욕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본 야경이라 그런 느낌이 더 들었을 수도 있겠다.
계단에 앉아서 강물과 맨해튼의 야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나중에 이 곳을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 곳을 다시 찾게 됐을 때가 되어서야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뉴욕에 갔을 당시 한창 핫했던 건물이 있다.
이름은 더 베슬.
허드슨 야드에 새로 생긴 건물이었는데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건축양식이 특이해서 인기가 많았다.
마치 벌집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독특한데 해가 질 때 가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베슬을 만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높이가 꽤 높아서 뉴욕 허드슨 야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렇게 나의 4박 5일간의 짧았던 뉴욕 여행도 끝이 났다. 꿈의 도시였던 곳답게 화려하고 멋진 곳이었고 내 로망을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뉴욕에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한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미슐랭 식당도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는데 뉴욕의 물가가 워낙 사악하다 보니 돈을 최대한 아끼느라 그런 것들을 못해봤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고 길거리에서 저렴한 할랄 음식을 사 먹었다. 숙소도 6인 도미토리를 썼는데 그것마저 비싸서 손을 덜덜 떨었다. 다음에 뉴욕에 온다면 꼭 돈을 많이 들고 와서 못해본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