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이신 Sep 28. 2021

생일 축하해, 싱가포르

싱가포르내셔널데이 때는내 가슴이 웅장해진다

싱가포르에서는 해마다 6월부터 행사 준비로 북적북적하다. 거리에는 일제히 싱가포르 국기가 펄럭거리기 시작하고 전투비행기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을 가르고 있다면 틀림없다. 바로 싱가포르의 생일, 내셔널데이(National Day)가 곧 다가오는 것이다.


서울만 한 크기의 이 작은 도시국가에서 내셔널 데이 행사는 그야말로 나라의 가장 큰 이벤트로 온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들썩들썩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자원도 부족한 데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초미니국가가 애국심 하나로 똘똘 뭉쳐 이렇게 근사한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그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만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내셔널데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정말 온 힘을 다 쏟는 것처럼 보인다. 공식 적인 날짜는 8월 9일이지만 보통 2개월 전부터 퍼레이드, 에어쇼 등 여러 가지 리허설 준비에 한창이다.  

이 즈음 주말에 마리내베이샌즈에 투숙한다면 마리나베이 배리어에서 진행하는 (실제나 다름없는) 리허설 행사를 운 좋게 무료 관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셔널데이 기점으로 전후 2~3달간은 파격적인 세일(보통 기념 햇수에 맞춘 세일, 올해는 56주년이니 56% 할인 이런 식)이나 싱가포르 동물원이나 가든스 바이 베이 등의 주요 공공장소 연간 입장권이 50% 할인을 하는 등 잘 찾아보면 득템 할 각종 혜택이 많이 제공된다. 


그리고 행사 당일에는 나도 모르게 시간 맞춰 TV 앞에 앉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절, 개천절, 현충일 등의 TV 중계 행사는 솔직히 별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싱가포르의 생일파티는 이상하게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심해져 볼 수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전 지역을 다 거쳐간다는 거대한 탱크를 필두로 한 군인들의 멋진 차량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빨간 옷을 입고 집 앞 도로에서 마음 졸이며 기다리기도 했을 정도다. 


출처 : CNA 방송 캡처

스마일이 얼굴에 배어있는 키 큰 신사 리센륭 총리의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의 무려 3개 국어로 진행하는 내셔널데이 담화도 빼놓을 수 없을 관전 포인트이다.  


출처 : CNA/ly, Photo: Marcus Mark Ramos

특히 군인들을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의 카리스마는 정말 끝내준다. (얼굴 보고 뽑나요?) 정갈한 하얀 제복을 입은 군인들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고 저렇게 입고도 땀범벅이 된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엎어지면 끝과 끝이 맞닿을 이 나라에서 두 달여간 소음에 시달려야 했던 공군의 에어쇼(불과 5분 내외), 싱가포르 국기를 달고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레드 라이언들,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의 국민들의 국가 제창 등등 참 보다 보면 외국인의 신분임에도 내 가슴이 다 웅장해질 지경이다.



출처 : CNA/ly,  photo: Try Sutrisno Foo

마리나베이지역에서 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 행사의 마지막 백미인데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요즘에는 인원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규모도 많이 축소되었고 그나마 TV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올해는 그 시기에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서 싱 정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2주간 소프트 락다운에 돌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쉽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 거대한 행사도 거의 3주 정도를 미루었으니 행사를 준비하던 팀들은 여러모로 참 고생했겠다 싶다.    


그리고 이 날엔 'National day Celebration' 대신 'Happy birthday Singapore'이 훨씬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방송에서도 현수막 문구에서도 다 '싱가포르, 생일 축하해!!'라니... 처음엔 살짝 문화충격이었는데 그렇게 접하고 보니 훨씬 더 행사에 참여하고 싶고 축하해주고 싶은 입장이 돼버렸다. 

 

내년 57살 생일도 기대할께 싱가포르!  



이전 03화 그랩은 내전용 운전기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