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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Feb 10. 2022

세 번째 퇴사

세 번째 퇴사를 했다. 


첫 직장에서 3년, 두 번째 직장에서 5년, 세 번째 직장에서 3년을 일하고 3주 전, 퇴사를 했다. 이번에도 퇴사 기념 글을 써볼까 싶어서 오랜만에 지난 퇴사 후 쓴 글을 봤는데, 굉장히 애정도 깊고 그만큼 화도 컸던 느낌이다. 글이 진-한 느낌. 헌데 이번 퇴사는 왜일까 마음이 꽤 다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사실 애정의 크기로 따지자면 이번 직장에 쏟은 애정이 더 컸다. 적은 인원일 때 합류하기도 했고 훨씬 더 많은 일을 했고, 고생도 많이 하고 한 서비스에 3년 내내 모든 걸 쏟았고, 감사하게도 나를 마음으로 따라준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굳이 크기를 비교하자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퇴사 때는 글이 쓰고 싶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았다. 마음에 쌓인 게 많아서였을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근데 이상하게 이번엔 모르겠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마지막 출근일로부터 3주 이상 지났는데도 말이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래도 뭔가 생각하고 글로 써야 마무리가 지어지는 것 같아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쓰다 보면 써지겠지.


퇴사하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좋은 팀원들을 뒤로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10년쯤 해보니 만날 사람은 다 만난 다는 걸 알게 됐고 실제로 많은 분들과 종종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거란 걸 알아서 위안이 됐다. 이제 못 봐서 슬프다. 뭐 이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이런 기회로나마 오랜만에 일대일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 보니 재택근무의 영향도 좀 있었던 것 같다. 매번 출근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지내다가 출근을 안 하게 되면 되게 이상하고 아쉽고 그럴 텐데 최근 2년간 집에서 주로 일하다 보니 집에 계속 있는 것은 비슷해서 변화가 덜한, 그런 느낌이 있다. 


사람 말고 업무적으로 생각해봤을 땐, 열심히 일했고 마음을 쏟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덜한 게 아닐까 싶었다. 전 직장을 퇴사할 땐 제대로 일할, 열정을 쏟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아쉬웠던 것 같은데 이번 직장에서는 그래도 내내 팀원들과 똘똘 뭉쳐서 즐겁게 열심히 했으니까. 물론 내게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은 특정 부분이 당연히 있고 그에 대한 자괴감이나 아쉬움은 있으나 오히려 그것이 새로운 방향을 찾게 해 줬던 것 같다. 또 그 부분에서 배운 점도 꽤 많다. 전 직장에선, 나 더 잘할 수 있는데 열심히 할 수 있는데 그 자리가 여긴 없네 너네가 날 몰라보고 잘 활용을 못하니 떠날 거야! 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직장에선, 나 열심히 했네 잘 달려왔고 많이 즐거웠지, 근데 여기까진 것 같아 이제 다른 데서 또, 다른 거 더 해볼게 고마웠어, 정도의 느낌이랄까. 


사실 더 재미있는 포인트는, 이직을 전 직장으로 한다는 것.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상황. '다시 돌아간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사람도 부서도 완전 다르고 새로 서류전형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완전 다른 직장이라고 봐야 하긴 하다. 회사의 초기 문화를 잘 알고 다른 팀에 아는 분들도 몇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두려움이 적고 익숙한 것은 당연히 장점. 이번에 생긴 기회를 잡게 된 건 회사 자체보다도 주어진, 기대되는 역할과 업무에 대한 부분이 가장 컸다. 


무튼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지금 나의 마음은 과거보다 미래에 가있는 것 같다. 아쉬움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할까. 가끔 마음속 쫄보가 튀어나오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편, 소중한 마지막 백수 주말을 잘 보내야지 - (여전히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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