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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Sep 21. 2023

아침 산책

source: apple music


날이 풀리면서 평일 아침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날이 선선해져서였다. 5:45분쯤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메일, 메시지 등을 확인한 뒤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도로를 따라 15분여를 걸으면 공원에 접어든다. 이때가 대략 6:15분 정도. 우습게도 나는 지각생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런닝, 걷기, 사이클링을 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시각에 이미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체 언제 나온 것일까?


아무리 운동이 좋다지만 어둑어둑한 여명에 운동을 나온다니... 하기사. 나도 한밤에 산을 올라가지 않던가;; 누군가는 아직 쿨쿨 자고 있을 그 시각에 공원은 의외로 활기차다. 특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보도 옆의 자전거길을 쌩쌩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어 보인다. 따릉이를 빌려서 타는 사람도 있고,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다수는 제대로 갖춘 복장에 여럿이서 그룹을 지어 다니는 사이클리스트(적어도 내눈엔...)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출근복을 가방에 챙겨서 운동겸 출근을 하는 모습도 더러 볼 수 있다. 회사나 회사 부근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겠지.. 하고 혼자 상상한다.


나도 집에 가서 출근 준비를 해야하니 그에 맞춰 걷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40분 사이가 된다. 그러면 대충 11000보 정도 된다. 아침에 이미 11000보라니. 마음에 들어 ㅎㅎㅎ


폰을 가지고 가는 날은 간혹 사진도 찍는다. 스마트폰으로는 거의 사진을 안찍는 편인데도 운동 중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만큼 풍경이 가치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폰을 안가져가고 워치에 손수건, 무선이어폰만 챙겼는데 비가 갠 다음날의 하늘이 너무 멋있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굳이 아침과 저녁을 나눈다면 나는 저녁 운동파였다. 해질 녁에 어슬렁 거리고 나가서 어두컴컴해질때까지 운동하다가 9시 뉴스 끝날 즈음에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책읽다 자는 루틴이었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이 루틴을 지킬 수 없다보니 몸의 리듬을 아침으로 바꾸고자 했다.


아침에 나온 사람들과 저녁에 나온 사람들은 달랐다. 나이대는 비슷비슷했지만 아침에는 앞서 말한 사이클링, 런닝하는 사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걷다 보면 괜히 무안해질 정도로 런닝하는 사람들이 이쪽으로도 오고 내 옆으로도 휙 스쳐 지나간다. 왠지 뒤쳐지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래도 굴하지 말아야지. 이런 류의 운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에 맞는 운동을 하면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내 페이스.. km당 10.5내외를 유지하는 것. 등산을 할 때는 14, 올레길을 걸을 때에는 12.5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이동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회사에 마라톤과 철인3종경기를 함께 하는 운동광이 있다. 주초에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1년에 8번의 대회를 나간단다. 그 중 2번은 풀코스 마라톤이고.. 세상에.. 난 그 나이에 그런 거 안하고 뭘했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온 몸이 아프단다. 그 얘길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과유불급..

나도 걷기 초반에는 멋모르고 속도 높이고 높은데 오르는 것에만 신경썼는데 지금은 한발 한발을 신경써서 걷는다. 발바닥이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지, 무릅이나 발목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허리는 곧바로 세웠는지, 팔의 흔들림이 안정적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몸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균형잡혔는지...


한번은 저녁에 봤던 할아버지가 아침에도 운동중이라서 깜짝 놀랐다. 언뜻 봐도 80대는 넘어보이시는 할아버지다. 걸음도 그다지 빠르지 않은데 꾸준히 운동을 나오셔서 기억에 남았었다. 우측통행을 절대 안지키시는 분이기도 한데 오늘은 전지가위를 들고 나오셔서 걷는 도중에 중간 중간 보도로 삐져나온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이 할아버지가 우측통행을 안지키는 이유이다.


다음주에 대만에 가는데 이미 말했듯이 옥산은 포기했고, 아리산은 그냥 산책 정도일 것 같고, 허환산을 제대로 노려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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