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카는 12년 만에 고국 터키에 돌아온다. 어머니의 부음소식을 듣고 정치적 망명자인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고향 카르스에 왔다. 카르스에 때마침 시장선거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취재차 온 기자라며 유권자들과 접촉한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선거 취재였지만 그의 속마음은 대학동기인 첫사랑 이펙과 함께 독일로 들어가기 위해 카르스에 머문다. 그곳에 눈은 삼일동안 내려 교통이 마비된다. 그는 한편도 쓰지 못했던 시를 내리는 눈 속에 갇혀 여러 편의 시를 쓴다. 이펙을 만났다. 이펙은 세속주의자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변신한 남편과 이혼했다. 그녀는 아버지소유 호텔을 경영하며 가족들과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흔이 넘었지만 카는 첫사랑 이펙을 잊지 못했다. 카는 이펙을 데리고 독일로 함께 가서 결혼할 꿈에 부풀어있었다.
고향 카르스에는 여학생들 자살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카는 자살이상 증후군에 빠진 여학생들 문제를 취재 중 알게 된다. 우울증에 시달린 여학생들의 자살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슬람 근본 원리주의자들은 히잡을 착용하고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는 종교적 압박이 자살이유라고 말한다. 취재결과 그 지방 여학생들의 우울증 원인은 연애관 때문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따로 있었다. 억지로 결혼하라는 부모의 강압에 못이겨 한 결혼은 불행한 결말로 이어지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마음에 들지 않은 남자와 결혼하라는 강요에 목숨을 끊기도 한다는 결론이었다. 히잡을 착용하고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착용 금지된 히잡과 세속주의로 억압된 종교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카르스에서 신학교 교육원장인 세속주의자 이을마즈교수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근본이슬람 원리주의자 신학생의 피습으로 살해되었다. 세속 케말주의와 이슬람 원리주의의 충돌은 사회 곳곳에 나타나 사회는 혼란하다.
세속주의자인 연극연출자 수나이나임은 보수파에 의하여 이슬람으로 회귀하는 것이 두려워 사회계몽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카르스의 연극공연장에는 이슬람 신학 고등학생, 세속주의자, 공무원, 카 등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그 연극은 바로 조국, 혹은 히잡이라는 세속주의 계몽 연극이었다. 공화국 초기의 독립전쟁 영웅들은 터키가 행여 이슬람 보수파에 의해 다시 이슬람으로 회귀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 연극을 보러 온 이슬람 신학교 학생들과 광신도들은 연극 내용에 불만을 품고는 배우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등 소란을 피운다. 이에 군인들은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관객들에게 발포를 해 유혈 사태가 발생한다. 카르스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통행금지령을 내린다. 이에 반대하는 신학교 학생들의 집회가 열리기 시작한다. 집회에 연루되었다고 추정되는 젊은이들은 연행되어 취조를 당하게 된다. 카는 이 사건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시를 쓴다.
이펙의 여동생 이슬람 원리주의자 카디피는 연극무대 위에서 히잡을 벗고 수나이 자임을 쏘아 죽인다. 그때 군인들에 의해 카디피는 경찰에게 체포된다. 내리던 눈이 그치고, 결국 4일간의 쿠데타는 진압되고 만다. 그러나 카디피는 얼마 안 지나 사면받는다. 종교와 사랑 속에서 갈등하던 이펙은 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신론자 카는 이펙과 카르스를 벗어나자고 했지만 이펙은 카르스에 남기를 원한다. 이펙을 두고 결국 혼자서 쓸쓸히 독일로 돌아온 카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슬람광신도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희생된다.
오르한파묵의 ‘눈’ 은 1,2권으로 되어있다. 이념과 종교 간의 갈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은 ‘눈’의 작가 오르한 파묵에게 돌아갔다. 어느 사회이고 간에 종교와 이념의 문제는 폭발력 있는 터키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세속주의와 보수 이슬람주의의 충돌 양상을 그려내고 있다. 서구화를 지향하는 케말주의자들과 보수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간의 문명 간의 충돌로 혼란이 따르는 과도기의 사회상을 그렸다. 변화하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슬람이라는 종교관에 갇혀버린 터키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념과 정치 종교 문제로 겪은 혼란은 터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사회고 간에 종교나 이념문제로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지 못 하고 사회적 혼란을 겪는 나라가 많다. 터키는 이슬람이 국교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신도는 99%다. 지금도 공항이나 유적지에도 히잡을 착용한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자국민들은, 서구적인 시선으로 쓴 작품이라며 오르한 파묵을 비난했다. 그는 ‘눈’을 쓴 후 이슬람 원리주의자에게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그의 빛나는 노벨문학상도 터키에서는 빛을 잃었다. 그는 현재 망명객으로 미국 콜럼비아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