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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Jun 26. 2020

왜곡된 별리(別離)

우산 끝을 타고 내리는 빗물에

어깨를 적시면서도,
나는 그를 잊었다 했습니다.
비 젖을까 안쪽으로 당겨주던 그 손길을

떠올리면서.

탁자 위 낙서를 하다 수 없이 쓰인

그의 이름을 보면서도,

나는 그를 잊었다 했습니다.
서로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적었던 그 얼굴을

떠올리면서.

길을 걷다 불현듯 들리는 목소리에

그를 찾는 눈을 크게 뜨면서도,
나는 그를 잊었다 했습니다.
손에 가득 솜사탕 두 개와 뛰어오던 웃음을 떠올리면서.

'나는 그를 잊은 걸까요?'


그를 잊었다는 걸 잊은 거라면,
그렇다면, 그를 만나기 전 까지만 잊었나 봅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그때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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