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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Dec 22. 2021

누군가 문을 따고 들어왔어요.

아침 일찍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이 허둥지둥 밀고 들어왔다.  


"어젯밤 임차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외출한 사이에 법원에서 문을 따고 들어 왔대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너무나 흥분한 듯하여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 분은 몇 달 전 지방의 어느 빌라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잔금을 치르고 살고 있던 거주자를 명도 시킨 후 새로 임대차 계약을 하여 임차인을 입주시켰다. 그런데 어젯밤 그 임차인이 전화를 한 것이다.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누군가 문을 따고 집 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집 안에 뭔가를 붙여놓았는데 보니 법원 집행관이 들어온 거네요. 도대체 집에 무슨 일이 있길래  법원에서 남의 집을 허락도 없이 따고 들어온 거죠?"


임차인이 놀라고 흥분한 건 당연하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  사람은 누구나 사생활과 거주의 평온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헌법에서도 주거의 불가침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거주자의 평온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누군가가 거주하고 관리하는 건물에 동의 없이 침입하였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 본인 소유 건물이라도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마음대로 침입하여서는 안된다.


그런데 법원 집행관이 문을 따고 들어왔다니 이게 무슨 일?


임대인은  잔금까지 다 치른 남의 집에 누가 문을 따고  들어오겠느냐 가족 누군가가 들어온 거 아니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황당해하는데,  임차인은 법원에서 문을 따고 들어온 게 맞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무서워서 못살겠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임대인이 나에게 물었다.


"경매로 받은 집이라 그럴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유권 등기가 완료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


 앞 뒤 상황을 알아보니...


1. 소유자 A에게  채무가 있어 집이 경매에 부쳐짐.

2. 낙찰자 B가 낙찰받아 잔금 완납 및 소유권 이전 등기 마침.

3. 낙찰자 B가 소유자 A를 내보내고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하여 임차인이 입주함.

4. 그런데 소유자 A가 이사 나갈 때 주민등록을 옮겨가지 않음.

5. 채권자가 소유자 A에게 남은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동산 압류를 진행함.

6. 법원에서 소유자 A의 주소지를 확인해보니 여전히 경매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옴.(왜냐하면 명도시에 주소를 안 빼갔기 때문.)

7. 법원에서 집행에 관한 내용을 우편으로 발송함. 임차인은 우편물을 그냥 반송함에 집어넣음. (법원에서 우편물이 온다고 임대인한테 연락하니 임대인이 경매 다 끝났으니 쓸데없는 거라고 그냥 반송함에 넣어버리라고 함.)

8. 법원에서 집행관을 보내 문을 따고 들어가 압류장을 여기저기에 부침.



낙찰자 B는 법원에 항의하였지만 법원에서는


"우리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집행한 것이다 그러니 이사 나간 사람 주소를 왜 말소하지 않고 두었느냐 우린 법대로 한 것이니 책임이 없다."


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전 소유자는 며칠 전 주소를 빼간 상태이지만, 법원에서 열람할 당시에는 전입신고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집행한 것이라고 한다.


혹시 임차인에게서 집에 이상한 우편물이 왔다는 소리 못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임차인이


 "법원에서 무슨 독촉장 같은 게 계속 날아오는데 남의 우편물을 뜯어볼 수도 없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


라고 몇 번 전화해서 다 정리되었고 우리랑 상관없는 것이니 그냥 반송함에 넣어버리라고 한 적이 있단다.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여 벌어진 사고인 듯하다.

집을 매수하여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시점에는 '전입세대 열람원'을 발급하여 동일 주소지에 거주자로 전입신고가 되어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특히나 경매로 낙찰받은 경우에는 더 주의해야 한다.)  


만약 정체불명 거주불명의 누군가가 전입되어 있거나 혹은 전 소유주나 임차인이 주소를 옮겨가지 않았다면 즉시 연락하여 전출신고를 하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나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측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새로 이사 간 집에 전 소유주나 임차인의 우편물이 날아오는 경우가 있다. 전출신고를  제대로 해가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보통 전입신고 관리가 제때 안 되는 사람들은 신용에 문제가 있거나 신변상에 위험이 발생해서 날아오는 서류도 독촉장일 경우가 많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퇴거와 동시에 전출까지 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전출을 해가지 않았을 경우 '거주불명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거주불명 등록 신청은 해당 건물 소재지 관할 주민센터에서 하는데,  행정기관은  사실 조사를 하여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최고(7일 이상)와 공고(7일 이상)를 거쳐  직권조치로 주민등록 거주불명 등록을 한다.


거주불명 등록으로 직권 말소된 경우 재등록도 주민센터에 가서 하면 된다. 신분증만 가지고 가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말소기간에 따라 최소 1만 원에서 10만 원의 과태료가 발생한다. 말소일로부터 7일 이내 재등록 시는 1만 원이고, 기한이 지연될수록 과태료 액수가 점점 늘어난다.


그렇다면 거주불명 등록 직권말소가 되면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 여권 발급이나 연장이 불가능.

– 건강보험 혜택 중단. 다만,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보험공단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 주민등록등본, 초본 발급 불가.

– 대출 등 다양한 금융권 업무 불가.


하루에도 수백 명이 집을 사고팔고 이사를 한다. 한 사람당 평생 2~3번에서 수십 번씩 이사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거주지로 옮겼을 경우에는 전에 살던 사람이 주민등록을 옮겨갔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예측 불허의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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