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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Dec 08. 2021

부캐와 N잡러로 액티브 시니어를 꿈꾼다

 100세 인생 시대,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_ E.04

유연석씨가 출연한 모 기업의 TV CF (출처 : 네이버 이미지)


1. "오늘은 유셰프, 내일은 유러너, 주말엔 유목수... 본캐부터 부캐까지 하고 싶은 게 많은 요즘 시대엔..."이라는 모 기업의 TV 광고 속 메시지가 흥미롭다.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던 용어인 본캐(주로 사용하는 캐릭터)와 부캐(본캐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는 얼마 전부터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었고, 평소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부캐'가 사용되고 있다.


세칭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씨는 <놀면 뭐 하니>에서 아예 부캐의 끝판왕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멋진 드럼 실력을 뽐내는 ‘유고스타’,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 라면 끓이는 요리사 ‘라섹’, 하프 신동 ‘유르페우스’, 라디오 DJ ‘유DJ뽕디스파뤼’, 치킨을 튀기는 ‘닭터유’ 등등. 


2.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서 2021년 4월에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부캐’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5%가 부캐를 갖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부캐로는 ‘현재 직무 외 세컨드 잡 능력자(43.6%)'가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부캐로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은 10명 중 3명(25.1%) 수준이었다.


부캐를 갖고 싶은 이유로는 ‘자기만족을 위해서(45.6%, 복수 응답)', ‘부수입이 필요해서(41.7%)', ‘언젠가 직장을 떠나게 될 것에 대비해서(41.2%)', ‘나의 다른 자아를 실현하고 싶어서(34.2%)' 등을 들었다.



 '직장인 부캐'에 대한 설문조사 (출처 : 사람인, 2021년 4월)



3. 부캐 전성시대의 중심엔 MZ세대가 있다. 이들 세대와 함께 '부캐'와 'N잡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N잡러'는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잡(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본업 외에도 부업, 취미활동을 즐기며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업, 겸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다만 'N잡러'는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생계가 힘들어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투잡족'과는 다른 개념이다. N잡러는 경제적인 추가 수입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을 통해 자기만족까지를 추구한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4.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소속감이 급격히 떨어진 직원들이 연이어 퇴사하거나 또는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2020년 8월 역대 최고 퇴사율을 기록하면서 'The Great Resignation'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한국은 아직 '대규모 퇴사'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MZ세대에서 시작된 '자발적 이직'의 증가 추세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평생직장 시대를 산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에는 한 직장, 한 직업에 올인하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부캐로 퇴근 후 시간, 주말을 보내는 시대이다. 그리고 그렇게 취미로 좋아했던 일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N잡러의 특징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세대에게 있어서의 직장 내 승진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해졌고 그들은 자아실현을 위해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5. 그런데 부캐와 N잡러가 MZ세대에 국한되는 말은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유쾌한 반란이 심상치 않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대 이상의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고령자인 '실버 세대'와는 달리 가족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자기계발과 여가활동, 관계 맺기에 적극적이다. 외모나 건강관리 등에 관심이 많아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외국어, 컴퓨터 교육, 미용,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신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액티브 시니어’를 대체할 우리말로 ‘활동적 장년’을 선정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활동적 장년'은 지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 열정 넘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의 시작과 두 번째 직업의 실천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국내 최초 시니어 모델로 데뷔한 모델 김칠두씨는 놀라운 패션 소화력과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넘사벽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순댓국집 사장이었던 그는 딸의 권유로 오랜 꿈인 모델에 도전했다고 한다.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 (출처 : 김칠두 인스타그램)



유튜버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장명숙씨)' 등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서 맹활약하는 건 이미 꽤나 오래된 현상이다. 이들은 재치 있는 입담, 진정성 있는 조언, 겸손함을 갖추고 세대 간 거리를 좁혀 나가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구글의 CEO와 만나기도 했다. 


밀라논나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장명숙씨의 자전적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이야기(장명숙, 2021년)』에는 "남이 보더라도 괜찮은 삶보다 내가 보더라도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비교는 인생의 기쁨을 훔쳐가는 것.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나다." 등 인생의 나침반이 될 만한 멋진 문장들이 즐비하다. 



출처 :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 유튜브 채널



얼마 전부터는 1020세대의 전유물로 꼽히던 틱톡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면 틱톡에는 '46년생 춘자씨'가 있다. 2019년부터 틱톡을 시작한 46년생 춘자씨는 현재 2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1020세대의 팔로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니어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의 특징은 대부분이 전 연령층에서 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1020세대가 만든 영상이 주로 비슷한 연령대에서 소비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억지로 꾸며내거나 자극적인 영상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유쾌함을 추구한다. 시니어의 연륜과 인생의 다양한 경험들이 여유라는 이름으로 영상 안에 배어 있다.




46년생 춘자씨  그랜드 파찬 틱톡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액티브 시니어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파..."라며 멋진 실버들에 빠진 MZ세대가 제법 많다. 몇몇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의 부러움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씨의 경우 ‘배우 윤여정’이기 이전에 ‘사람 윤여정’의 모습을 담아낸 수상 소감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면서도 위트가 가미된 겸손함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다. 오죽하면 '윤며들었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이미지,   장명숙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7.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폴리매스』의 저자 와카스 아메드는 "지금 시대에는 새로운 지식이 샘솟듯이 넘쳐나고 있고 지식의 반감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또한 AI, 로봇 등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폴리매스(Polymath)'라는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인종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폴리매스'란 사전적 의미로는 ‘박식한 사람’을 뜻하지만 사실 좀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이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고, 연결을 통해 창의성으로 이끌며, 총체적 사고와 방법론을 사용하여 시대를 이끌어 간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표적인 폴리매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그는 회화, 조각, 건축, 음악, 군사공학, 토목공학, 수학, 통계학, 역학, 광학, 해부학, 지리학, 식물학, 동물학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야말로 르네상스 시대의 진정한 N잡러였다. 


폴리매스의 특징인 직업의 다각화(포트폴리오 직업)가 100세 시대에 적합한 생존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매스에게 노동은 전통적인 의미의 직업이나 경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노동을 가리켜 즐거운 일, 프로젝트, 기회, 모험, 주도적 과제로 칭한다. 그들에게 노동은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신나는 모험이다. 


8. 인생의 1막에서 은퇴할 나이가 됐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에서 활동적인 시기는 끝났다는 인식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건강이 뒷받침되고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일과 취미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인생 2막, 3막에 대한 기대감과 즐거운 희망을 가지고 부캐와 N잡러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를 꿈꿔 보자. 꿈은 육체의 에너지이자 정신의 자양분이다. 꿈꾸는 자는 쉽게 늙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꿈을 미래라는 시간에만 맡겨두지 자.  







*** 독자의 의견을 미리 듣고 반영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감의 댓글 또는 저와 다른 견해를 달아주시면 실제 책 발간 때 꼭 포함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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