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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Dec 05. 2020

붕어빵

아주머니 추워요. 들어오셔서 있으세요. 한겨울 4차선 도로 옆 인도에서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가 있다. 차선을 등지고 작게 비닐로 만든 공간에서 붕어빵을 굽는다. 바로 맞은편 빨간 간판에 한자로 중화반점이라 적혀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집이다. 가게가 건물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가운데 난로를 피워둔다. 가게 안에는 손님들보다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많다. 배달부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작업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가게 안에 쓰이는 같은 의자를 꺼내놓고 둘러앉아 난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화반점에서 남편은 요리를 하고 아내는 홀을 본다. 조선족 여자 둘을 써서 가게에서 보는 잡다한 일을 시킨다. 찬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움츠려 지나다니는 인도를 넘어 중화반점에서 아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하며 붕어빵 아줌마를 불렀다. 비닐막 사이로 손사래를 친다. 아내는 뜨거운 차를 타서 종업원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 종업원은 한 손으로 컵 손잡이를 집고 한 손으로는 컵 주둥이를 가린 채 뛰어 비닐막 안으로 들어간다. 뿌옇게 보이는 안에서 몇 차례 실랑이가 있었지만 이것까지 거절하기에는 미안한지 컵을 받는다. 다시 종업원이 뛰어들어온다. 손에 붕어빵 봉투를 쥐고. 가게 안 사람들은 모두 붕어빵을 나눠 먹는다. 남편은 머리에 하얀 모자를 쓰고 앉아 천장 가까이 걸려있는 티브이를 향해 리모컨을 누르고 있다. 남편은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면 가게 운영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게 내부로 손님이 자주 오는 곳도 아닐뿐더러 아내가 모든 응대를 도맡아서 하니 주문이 들어오면 항상 하던 데로 요리만 한다. 눈이 내리고 여사장은 팔짱을 낀 채 밖을 내다보고 있다. 난로 주위에 앉아있는 배달부들 사이로 붕어빵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철로 된 카트가 보인다. 김이 가득 나고 있지만 목도리에 팔토시 두꺼운 모자까지 눌러쓴 아줌마가 자꾸 눈에 밟힌다. 남편에게 묻는다. 우리 겨울만이라도 붕어빵 아줌마 요 앞에 들어와서 장사하라고 할까요? 가게로 들어오는 바람도 막아주고 사람들이 가게 앞으로 모이면 우리도 좋으니깐. 남편은 티브이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티브이를 보는 것인지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님 듣긴 한 것인지 모르겠는 모습이다. 아내는 묵묵한 남편을 알기에 답을 기다리면서 창밖을 보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는 전화를 받고 주소를 받아 적는다. 남편은 모자를 고쳐 쓰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주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 그렇게 해. 아내는 홀 정리를 마친다. 배달부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와 철가방 안에 음식을 담고 밖으로 나간다. 아내는 따라 나가고 건너편 비닐막 안으로 들어간다. 아니나 다를까 아줌마는 거절한다. 아내는 몇 번이고 찾아간다. 비닐막 안에서 배달부들이 있는 난로를 향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배달부들은 담배를 끄고 일어나 붕어빵 카트를 끌고 가게 앞 난로가 있는 공간으로 카트를 둔다. 확실히 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붕어빵 아줌마는 붕어빵을 판다. 중화반점에서는 중국음식을 판다. 중화반점과 함께 붕어빵을 파는 모양새처럼 보여서 인지 이상하게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붕어빵 매출은 전보다 올랐으며 중화반점에서 아내는 뿌듯해했다. 남편은 여전히 티브이를 돌리고 배달부들도 난로를 쫴고 있다. 겨울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 붕어빵 아줌마는 다음 계절 장사를 위히 판매하는 것을 바꾸려 한다. 몇 달간 같은 자리에서 판매를 했던 터인지 자리가 익숙해 자리에 맞는 크기의 카트를 구입하려고 한다. 중화반점의 남편은 조금 의아에 하며 아내에게 눈길을 줬지만 아내는 이웃끼리 잘돼서 얼마나 좋냐고 말했다. 떡볶이와 순대를 팔기로 했다.  중화반점 가게 안에서 모든 직원들이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있다. 어느새 가게 앞에는 서너 명은 서성이며 떡볶이와 순대를 기다렸고 그 인원은 쌓여 긴 줄을 만들기도 했다. 남편은 아줌마가 잘 된 것이 우리 덕분이라며 무언가 돌아오기를 바랐다. 아내는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며 남이 잘되야 우리도 잘되는 것이라고 했다. 배달부들은 가게 앞에 자신들이 세워놓은 오토바이를 꺼낼 때 사람들이 있어 조금 불편했을 뿐 다른 불만은 없었다. 인기가 많고 준비해두는 재료가 많아지니 가게 앞은 점차 아줌마의 구역이 됐다. 직원도 한 명이 더 늘었다. 아줌마는 미안한 표정을 내비쳤지만 남편은 못마땅했다. 심지어 간혹 아내가 아줌마의 장사를 돕기도 했다. 남편은 화가 나서 아내를 가게 안로 불러 큰소리를 쳤다. 직원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아줌마는 바빴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아줌마에게 갔다. 아줌마는 바빠 보였다. 눈치가 보여 잠시 있다가 오기로 마음먹었다. 중화반점 떡볶이 카트 둘 다 장사가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다. 아내는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이제 자리를 비워주길 바랬다. 아줌마는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얼굴을 풀고 알겠다고 했다. 위치가 전으로 돌아갔다. 떡볶이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됐다. 중화반점 집은 전보다 장사가 안됐다. 남편은 이게 다 저기서 손님을 뺏어가서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도 조바심이 났다. 창밖을 바라보는 감정이 전과 달라졌다. 더 이상 중화반점 안에서 떡볶이와 순대는 먹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더욱 나빠지고 서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그만두고 배달부 한 명만 남았다. 그 배달부도 사라지고 남편이 요리와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가게 앞을 청소하면서 떡볶이 카트 앞으로 빗자루질을 했고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면서 카트를 향해 침을 뱉었다. 아줌마는 묵묵히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화를 내며 싸울 때가 있었지만 아줌마는 우리가 피하자고 이야기했다. 카트는 길 건너편으로 위치를 바꿨다. 더 이상 중화반점과의 마찰은 없었다. 조금 매출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사라져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 못가 중화반점은 사라지고 더 작은 가게로 이사했다고 한다. 가게에는 손글씨로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가게를 임대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몇 달 뒤 가게는 분식점으로 바뀌었다. 직원은 두 명 더 늘었다. 아줌마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자신이 있었던 그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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