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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Sep 12. 2022

요즘에

요즘에 자격증 준비와 출장이 잦은 일로 인해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전과 같이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는 꼬박 글을 쓰려고 노력했을 때와 달리 완전히 단어들이 주는 충동이 사라진 듯하다. 문뜩 재밌는 문장과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전과 같이 시로 이어지는 통로가 온전하지 못해 혈관에 쌓이는 찌꺼기 마냥 꽉 막혀있다. 시를 쓰고 싶다. 엉망인 시라도 쓰여진 다면 나름의 존재성을 가질 텐데. 어이없게 사라지는 나의 재능이 한때 희망이었단 사실이 우습다. 


우울과 빈곤 내 20대의 자산이다. 그때 얻은 비관이 이 브런치에 그대로 남아있다. 최근 시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 시 들을 하나씩 읽어보니 엉뚱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발현된 마음에는 힘들었던 그 시간들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게 느껴졌다. 약간의 충족만으로도 금방 갈증이 해소가 되다니, 어쩌면 과거의 내가 바란 모습은 지금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 혼자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테두리에 갇혀 바쁘게 술잔을 나누는 삶. 


본가에 돌아와 지내고 있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초등학교 때 딴 트로피가 두 개 있었다. 겨루기 상과 우수 상. 우수 상은 그렇다 쳐도 겨루기 상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어린 마음에 서운해하지 말라고 하나 쥐어준 듯하다.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먼지 쌓인 물건들을 끌어냈다. 신발장이라고 해서 신발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가방, 쓰레기봉투, 본드, 톱, 낚싯대, 우산, 창문 닦기 등등 한 가족이 이렇다 저렇다 한 핑계들로 박아놓은 물건들은 색이 바래고 잊혀져 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다. 인간으로 태어나 매번 겪는 반복이지만 그때그때마다 진한 여운을 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참 세상은 더운 짓을 몇 개월 추운 짓거리를 몇 개월씩 반복한다. 땀이 나고 갈증이 나는 더위. 손끝 발끝이 저린 추위. 현대의 발전이 없다면 생명의 위협이 크게 되는 날들의 연속이다. 잠깐 숨을 돌리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추위를 맞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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