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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Jan 23. 2018

불완전한 책

[픽션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보르헤스 

그분은 시간이 무수한 갈래로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것들은 나뉘거나 모이면서 혹은 평행하면서
아찔하게 팽창해 나가는 그물 같은 것이지요

이 시간의 그물망 속에서, 
어떤 시간들은 갈라지기도 하고 또 서로 만나 합쳐지기도 하고
또 서로 접근하기도 하고 아니면 서로 무관하게 존재하며
수백, 수천 년의 시간들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시간의 자궁 속에 
모든 운명의 가능성이 다 들어있습니다.
우리는 이 방대한 시간의 극히 일부에서만 존재할 따름입니다.

어떤 시간에서는
당신은 존재하고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시간에서는 
당신과 내가 함께 존재하거나 함께 존재하지 않으며
또 다른 시간에서는 
나만 존재할 뿐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시간 속에서는,
지금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제가 
하나의 실수나 환영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들의 책 역시 우리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소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변형을 포함한 단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철학적 성격의 책들은 반드시 명제와 반명제,  곧 하나의 논지에 대한 엄밀한 찬성과 반론을 함께 보여준다. 어떤 책이든 그 안에 그것에 대립하는 책이 들어 있지 않으면 그 책은 불완전한 책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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