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정체성 + 역할 정체성 = 관계 정체성

by 김 스텔라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나 다운 게 뭔데?"

드라마에서 자주 들리던 대사다.

그러면 나도 절로 " 그렇지, 나 다 운걸 나도 모르는데 You가 어떻게 알고?" 하고 주인공이 되곤 했다.


얼마 전 '나도 작가다 공모전' 주제가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것'이었다.

주어지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공모전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계속 마음에 남는 주제이기도 했다.

'나답게'를 먼저 알아야 그다음에 '해주는 것'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 답게'에 해당하는 정체성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정체성 하면 떠오르는 한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엄마, 나는 왜 사는지 몰라서 죽고 싶어"

아홉 살 아이는 커서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엄마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면 살아가는 이유도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곧 공모전의 주제인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겠거니 싶다.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살면 삶에 의미가 생기기 때문에 '해주는 것'을 할 힘도 생긴다.

* 로고 테라피 (의미 치료법);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참고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다 보니 예전에 나름 의미를 두고 하던 일들이 막히고,

비대면 거리두기로 삶의 반경과 인간 관계도 좁혀지면서 일상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더구나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이때가 지나 가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오늘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살아가는 이유가 없이는 살아갈 힘도 없다.

*"인간은 무의미한 삶을 견디지 못한다" - 구스타프 칼 융

무의미가 무기력으로 가는 대로 버려두지 않기 위해서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 하겠다.


'Unwinding the Path of Self Discovery' - Duy Huynh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관계 정체성( 이 용어는 개인적으로 만든 용어임을 밝혀둔다)을 먼저 갖게 된다.

엄마 뱃속에서 연결되어 있다가 분리된 영아들은 자신이 독립된 개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며 성장한다.

그러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정신적으로 독립된 개체로서 자아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역할에 따른 역할 정체성을 갖게 된다.

엄마의 딸인 나는 자식의 역할이 생기고 딸의 엄마인 나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한다.

사회의 일원인 나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생기고 직업을 선택하고 맡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정체성은 관계와 역할에 따라 나 자신에게 인식된다.

그러므로 위의 지인의 경우는 관계와 역할과 분리된 자아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에게 관계에서 출발하지 않는 자아 정체성이란 없다.

심지어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적 역할이 없어진 죽음의 순간에도 태아 때처럼 연결된 관계만은 남는다.


관계 정체성으로 살지 않으면 가족과 사회에서 주어지는 역할은 짐이 되고 나를 나답게 살게 하지 못하는 장애물이 된다. 관계 속에 있으면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나답게 사는 길에서 멀어진다.

독립된 개체는 자발성을 가지고 관계 안에서 자아를 실현해 나간다.

* '인간은 생존, 표현, 성취라는 세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에리히 프롬

이 세 가지 욕구도 관계에서 분리된 자아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것들이다.

누군가 역할을 하고 있기에 내가 생존하고 있고, 대상이 있기에 표현하고, 대상과 서로 교환하기에 이룰 수 있다. 만족과 의미를 찾는다.


코로나 사태 중에 그래도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생존하며,

가족과 비대면이지만 만나는 친구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글쓰기로 나를 표현하며,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무의미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관계 정체성으로 살아가면 나는 나답게 살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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