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글 & 채우는 글

by 김 스텔라

예술 작품은 세워지고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하이데거의 '숲길' 중에서)

작품은 구상하고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결과물인 동시에,

표현하고 만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열정의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상을 예술 작품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오늘 내가 존재하는 나의 세계상은 어떤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을까?

또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나의 삶은 무엇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

무슨 이야기를 쓰고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살아온 적지 않은 햇수 동안 인생의 단계별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성장기 배움의 활동에서부터 장년기 책임의 활동과 같은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필요 외에

나 만의 세계에서 꿈꾸고 누리는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시간이 어느 단계에 었었든지 어떤 환경에 놓였든지 읽고 쓰는 일만큼은 계속되었던 것 같다.

그림책, 동화책, 만화, 잡지, 소설, 때로는 인문학 서적까지 그냥 관심 가는 데로 읽었다.

책과 함께 나이에 따라 쌓여가는 경험 속에서 사람과 환경을 통해 읽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많은 것들을 읽기도 했다.나에 대해 읽을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읽기는 자연스럽게 쓰기로 연결되었다.

낙서, 그림, 일기, 편지, 기록에서 부터 공개되는 블로그, 다듬어진 글을 써 보는 브런치까지 뭐든지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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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es_Vermeer_-_A_Lady_Writing_-_Google_Art_Project.jpg
Woman in Blue & A Lady Writing -베르메르

어찌 보면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을 하면서 나는 나의 세계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의 쓰기에 변화가 생겼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시작하고 인터넷 상으로 나 외에 다른 독자가 있는 글을 발행하게 되면서

읽으면 쓰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쓰기 위해 읽는 역행이 일어난 것이다.

글쓰기의 즐거움보다 써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쓰기 위해 책을 읽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 이 순서가 나를 나답게 하는데 유익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를 채운 것들이 넘쳐서 흘러나와야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 글이 진실된 글이 되어 감동을 줄것 같았다.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솟아오르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 넘치는 글은 나 혼자만의 단독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달 방식이나 보편 정서를 무시하는 책임 없는 글이 되기 쉽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글이 넘친다는 것은 다른 말로 나의 그릇이 작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나를 나 답게 해주는 나의 세계가 크다면, 혹은 작은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다면 그릇이 커져야 하고 채우는 글은 나와 독자를 우리로 연결시키기 위한 산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세워지는 글이 필요하다.


우리는 원하는 것과 이루는 것,

우러나오는 마음과 관심을 두는 마음,

자발적인 행동과 책임있는 행동 사이에 끼여서 산다.

어느 한 쪽도 포기 할 수 없기에 나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써보려고 애쓰고 있다.


나의 세계상이 예술 작품이 되어 가며 나를 나답게 해주는 만족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넘치는 글과 채우는 글을 계속해서 써 내려가겠다.

인생을 다 살아내고 난 후에 '화룡점정'하는 때를 꿈꾸며

넘치고 채워지는 글이 인생의 그릇 속에서 필요충분의 지점에 이를 때까지 부족한 글쓰기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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