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매일 어떤 아침을 맞이하나요?
아침 7시, 눈을 뜨자마자 나는 커튼을 열어 햇빛을 확인한다.
따뜻한 빛이 방 안을 채우는지, 흐린 하늘이 회색빛으로 공간을 덮고 있는지.
어느 쪽이든, 그것은 오늘 하루를 결정하는 중요한 감각이 된다.
마치 오늘의 공기를 처음 들이마시는 것처럼, 그 순간의 빛은 내 하루의 첫 숨이 된다.
한국에서의 나는 햇빛을 마음껏 누릴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방범창이 있는 낮은 층의 집에서 자랐다.
햇빛은 아주 잠깐 스며들었지만, 온전한 빛을 맞을 수 없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마치 누군가가 걸러낸 것처럼 희미했고,
방범창의 그림자는 마치 줄무늬처럼 방 안에 드리워졌다.
성인이 되어 자취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인 이유로 맞은편 건물이 가까운 방을 선택해야 했고,
창을 열어도 햇빛 대신 벽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공간만이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빛에 대한 강한 열망을 품기 시작했다.
카페에 가도 늘 창가 자리를 찾았고,
도서관에서도 햇빛이 드는 자리를 먼저 살폈다.
그저 빛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가고 싶었다.
그래서 도쿄에서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햇빛이 얼마나 오래 들어오는가'였다.
부동산 중개사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방의 크기나 역과의 거리보다, 창의 크기와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나를 보며.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공간이 아닌, 빛이라는 것을.
오전 내내, 그리고 오후 3시까지도 햇빛이 가득한 집.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은 창이 크고, 해가 떠오르면 방 안이 환해진다.
햇살이 벽을 타고 내려오고, 바닥을 스치며 공기를 데운다.
이 작은 방 안에서, 나는 온전히 빛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빛이 너무 강해 눈이 부시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나는 사랑한다.
빛이 만드는 그림자까지도, 이제는 모두 소중하다.
도쿄의 아침은 천천히 시작된다.
거리는 조용하고,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보통 9시 이후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이른 아침 시간에는 아직 도로가 한산하다.
간간이 들리는 자전거 체인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전철 소리,
새들의 지저귐.
이 모든 소리가 마치 아침을 위한 백색소음이 되어
나의 시간을 더욱 평화롭게 만든다.
그 시간, 나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물을 부어 커피가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증기가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아침 안개 같다고 생각한다.
방 안에는 따뜻한 빛이 가득 차고, 커피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가끔은 빛이 커피 잔을 통과하면서 만드는 그림자가
벽에 예쁜 모양을 그리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정확한 목적 없이, 그냥 빛과 거리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저 멀리 보이는 빌딩의 유리창에 반사되는 햇빛,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줄기,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의 그림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침이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하루 일정을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아침.
스마트폰을 보며 메일을 확인하고,
지하철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고,
아침조차 허겁지겁 먹어야 했던 그때.
하지만 도쿄에서는 다르다.
나는 일부러 하루의 시작을 천천히 맞이하기로 했다.
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감각을 깨우고, '지금 여기'에 있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이것이 낭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시간이야말로 내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순간이라는 것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빛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이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쉽게 놓쳐버린다.
마치 지하철을 타고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버린다.
하지만 빛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빛은 마치 시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창문 같다.
그 창문을 통해 나는 매일 아침, 새로운 하루를 마주한다.
특히 좋아하는 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빛이다.
봄에는 부드럽고 은은한 빛이 방을 채우고,
여름에는 강렬하고 투명한 빛이 쏟아진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 햇살이 나뭇잎을 통과해 춤추고,
겨울에는 차갑지만 선명한 빛이 공기를 가른다.
같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인데도,
매 계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도쿄의 아침, 빛이 내 방을 채우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낭만을 찾을 수 있다.
이 도시에서의 일상이,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가득 찬 하루가 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낭만이 아닐까.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햇빛이 환하게 비추는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빛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그 순간이, 당신에게도 따뜻한 낭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도쿄의 아침 햇살처럼,
조용히, 그리고 깊이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