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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도쿄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나다

도쿄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나고, 애니메이션 속에서 세계를 찾는 여정.

by 밝을 명 가르칠 훈 Feb 19. 2025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에서 시작했다. 나는 애니메이션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자연스럽게 신주쿠 교엔을 떠올린다. 회색빛 도시 속에서 유독 푸르른 공간. 빗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연못,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사람. 언어의 정원 속 타카오와 유키노처럼, 나도 그곳에서 나만의 감정을 곱씹곤 했다.


도쿄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다. 너의 이름은. 속 도쿄는 두 세계가 맞닿은 듯한 곳이었다. 붐비는 신주쿠역, 황혼이 깃든 시가와 다리, 그리고 잊히지 않는 기억들. 날씨의 아이 속 도쿄는 또 달랐다. 멈추지 않는 빗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지붕 위에 서서 비를 멈추려는 소녀.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그 안에 숨겨진 상실과 치유를 발견한다.


나는 도쿄에서 살아가며,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 감성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경험을 했다. 그의 영화들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쿄의 모습과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신주쿠의 번화가, 지하철 안의 고요함, 해 질 무렵의 골목길. 어쩌면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도쿄의 풍경 속에서도, 그의 영화 같은 순간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문득, 또 다른 세계를 떠올린다.


도쿄를 벗어나면,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한층 더 넓어진다. 그곳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마녀, 숲 속에서 잠든 거대한 생명체, 하늘을 떠도는 신비로운 성, 신들의 세계로 향하는 온천마을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다.


마녀 배달부 키키 속 키키가 처음 도착한 항구 도시에서의 낯설고도 설레는 감정. 이웃집 토토로에서 자매가 발견한 숲속의 따뜻한 마법.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하늘을 나는 모험과 신비로운 섬이 주는 경이로움. 그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치히로가 겪은 두려움과 성장의 순간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꿈꿨고, 이제 어른이 되어 도쿄에서 살아가면서 그의 작품들을 다시금 떠올린다. 벼랑 위의 포뇨가 그려낸 바닷가 마을을 걷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던지는 질문을 곱씹는다.


신카이 마코토가 보여준 현실 속 도쿄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창조한 환상의 세계. 그 둘은 전혀 다른 듯하지만, 결국 우리 삶 속에서 이어진다.


나는 이곳 도쿄에서,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려 한다. 영화 속 공간과 현실의 장소가 교차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감정들.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 숨 쉬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도쿄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나고, 애니메이션 속에서 세계를 찾는 여정.


이제 그 길을 함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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