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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2. 2018

나 자신을 꼭 사랑해야 할까

2016년 12월 29일

자존감에 관한 글을 최근에 자주 보는데 "자신을 사랑하자"는 내가 참 이해 못 하는 콘셉트 중 하나이다. 이건 내가 내 자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사실 꼭 그래야 한다고 믿지도 않아서다.     


나이 들어서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난 근본적으로 자기 혐오가 에너지의 근원인 사람이다.     

중2병이 좀 오래 가던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생각이다. 저 수많은 개미들도 자기네 사이에서는 콤플렉스도 있고 부러움도 있고 서열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리 짧아서 고민인 것처럼 어떤 개미는 더듬이가 짧아서 친구들한테 무시당할까 고민일지 모른다. 다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는데 내가 그리 사랑스러운가? 그 많은 개미들, 바퀴벌레들은 과연 자신을 사랑할까? 꼭 사랑해야 하나? 이 지구 60억 인구 외계인들이 보면 다 비슷비슷할 텐데 몸무게 몇 킬로 차이 이목구비 배치 패턴 아주 조금씩 다른 거, 생활 패턴 좀 다른 거 가지고 뭘 그리 고민하고 혐오하고 사랑하고 지지고 볶고 사나. 다들 뭘 그렇게 스페셜하고 유니끄하고 어메이징하다고 내 자신을 그렇게 사랑해야 하나. 내 의식이 데리고 살아야 하는 이 몸 챙길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열심히는 살아야겠으나 꼭 따지자면 이 세상 60억 인구 중 나 하나 어찌 되든 사실 그리 큰 의미 없지 않나. (<- 이런 태도 때문에 우울증 아니에요 질문 자주 듣는데 아닙니다. 그저 좀 무덤덤할 뿐입니다).     


그래서 딱히 내가 사랑받을 존재라던가, 나를 사랑한다던가, 자존심을 높여야 한다던가 그런 생각은 없다. 이건 "우리 모두 대자연 내에서는 개미/바퀴벌레" 철학의 연장선이다.     

나 자신을 꼭 사랑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확실히 셀프 러브로 넘치지 않는다. 난 그저 내 의식이 살아 있는 동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사랑을 주고,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내가 효용 가치가 있는 곳에서 내가 견딜만한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을 찾아 먹는 거 정도로 만족하고 산다. 여차저차 해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건(별로 맘에 들진 않아도) 나 자신밖에 없으니까. 다른 사람의 마음은 내 것이 아니라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다른 이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결국 타인의 반응 하나하나에 목매게 되더라.     

인생 즐거움은 셀프. 사랑도 받으려는 노력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주고 안 되겠다 싶음 걷는 게 훨씬 쉽기도 쉽고 정신건강에 좋더라. 그리고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확인받으려는 건 여러모로 비생산 비효율적이라는 게 내 경험. 반복하지만 인생 즐거움은 셀프! 사랑은 주는 게 행복! (<- 그러니 우리 모두 덕질하여 행복 찾읍시다 공익광고)     




"나도 나 좋아하기 힘든데 뭘 또 속도 알 수 없는 타인들에게 나 좋아해달라고, 뭘 하면 되겠냐고 물어보냐. 그거 사람들마다 맞춰줄 에너지 있으면 그나마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즉각적이고도 솔직한 피드백 가능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가 지론입니다.     


예: 

"양파야 뭐 먹고 싶어? 좋은 식당 갈까?"

"에이 좋은 식당은 비싸고 귀찮잖아. 양파야 라면은 어때?" 

"양파야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라면 먹자." 


그리고 양파는 양파와 라면으로 쇼부 봐서 끓여 먹고 해피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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