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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8. 2018

여혐러 프로파일 4. 마초가 될 수 없는 남자

2017년 8월 7일

여혐러 프로파일 1. 아직 어리고 성충동 폭발하는 학생(링크)


여혐러 프로파일 2. 좋은 남자, 마초 사랑꾼 (링크)


여혐러 프로파일 3. 여자의 여혐 (링크)   



여혐러 프로파일 4. 생계에 치인 남자. 마초가 될 수 없는 남자.     


로맨스 소설은 보통 재력이나 그 외 능력을 빼고도 성격적으로 불가능한 조합이 자주 나오는데, 전반적으로 마초스러움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금성에서 온 남자 어쩌고 하는 글에도 남자를 마초로 설정하는 경우 많이 본다. 그러나 이건 내가 IT 쪽에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난 비마초 남자를 더 많이 봤다.     


독박육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집에서 혼자 아이 보는 것,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독박육아라 할 때, 어려운 요즘 사회에서 마초 아닌 남자의 독박부양 부담도 역시 살인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딱히 여자가 남자보고 돈 벌어오라 강요하는 건 아니라 할 수 있다. 여자가 [아무말 변명 뫄뫄]한다고 죽여 버리는 사건은 삼일에 한 번씩 있어도 남편이 돈 안 벌어온다고 때려죽이는 사건은 그리 자주 보이지 않는 걸 봐서도 그렇다. 그렇다 해도 남자들의 부담은 엄청나다. 사회적 압력이 그렇다. 여자들이 남자를 고를 때 능력을 봐서 그렇기도 하지만, 남자들 사이에서도 서열은 능력으로 정해지다 보니 아무래도.     


예를 들어서. 영화에서 최고 많이 죽어 나가는 캐릭터는? 액션 영화 몇 개만 떠올려보자. 별 볼 일 없는 남자. 랭킹이 낮은 남자가 희생자 1,2,3,4,5..이다. 이거는 인종도 상관없다. 백인 사회에서는 백인 남자들이 제일 엑스트라로 많이 죽을 거고 한국 영화에서는 저급의 폭력배 혹은 병사들이 제일 많이 죽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약한 여자와 아이들이 보호받고, 랭킹 낮은 남자는 그냥 죽는다.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가 능력 없는 남자를 보는 시선이 그러하다. 소모품. 잉여. 여성 자신은 그들을 그렇게 보지 않을지 몰라도, 해당 남자는 아주 자주 느끼고 있다에 돈 건다. 

그래서들 말한다. 남자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 - 이 세상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런 일을 해서 이만큼을 벌거나 기여하는 사람이다라는 그 무엇인가를 세워야 한다고. 그 다음에 그런 나를 존중하는 여자에게 구애하여 가정을 이루고 가장이 된다...는 사회의 스크립트가, 요즘처럼 경제 힘든 세상에는 따르기 참 어렵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 여자는 내 여자고, 내가 먹여 살릴 것이고, 내가 보호할 것이라는 줄거리 따라가는 건 헬조선에서 보통 노력으로는 힘들다. (여기서 '난 그런 거 바란 적 없거든'이란 여성의 주장은 잘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마초가 아니라 해도 평생 배워온 맨박스에서 나가기는 힘들고, 여자가 자신은 괜찮다 해도 주위에서 자신을 별 볼일 없이 여자에게 기생하는 놈으로 보는 시선을 견디기 힘들다. 특히 마초들에게 이런 남자는 사람으로 안 보이는;;)

     

마초 가장이 되고 싶으나 경제 여건으로 그러지 못한 남자는 그렇다 치고, 경제 여건이 어느 정도 된다 하여도 마초가 아닌 남자들은 힘들기 마찬가지다. 해외라고 해서 여자들이 완전 독립적이고 그런 것도 아니다. Knight and Day란 영화가 몇 년 전에 나왔었는데 톰 크루즈가 늘 하는 말이 I got this. 오빠만 믿어 영어 버전이다. 로맨스에는 아직도 이런 남자가 넘쳐난다. 다 알아서 해결해주는 남자. 여자가 독립적으로 할 때는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뿅 나타나서 구하는 남자. 

정석 로맨스에서는 이런 남자도 여자에게 고통이나 상처를 호소하며 기대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돈 어떻게 더 벌 건지, 상사한테 어떻게 빌어야 할 건지 이런 고민은 없다. 어렸을 때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든지 (...), 아플 때 간호해 준다던지, 결정적인 영감을 준다던지 뭐 그런 뮤즈나 힐러 역할이 훨씬 많다. 그러니 결국 능력으로 돈 버는 건 남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영역. 오빠만 믿어...역할을 감당해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며 구애하는 스타일도 있지만, 안 그런 남자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사회의 평가는 가혹하다. 마음 있는데 돈이 간다. 좋아하는 여자라면 죽지 않은 이상 연락한다 등등. 사실 연애하는 남자에게 요구되는 자상함과 이해심, 능력은 상당히 불공평할 정도로 높을 때가 많다 (이건 내가 공대 남자를 많이 봐서 그렇게 느낄지도. 연락해야 한다, 돈 써야 한다 하는데 좋아하는 마음이랑 그거랑 상관없는 공대 사람들 남녀 불문하고 많아서). 그러나 마초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것을 바란다고 느낀다. 다 알아서 처리하고, 여자의 그 어떤 불평도 감내하고, 듣고 싶어 하는 말해 주고, 돈 엄청 써가며 대접해주고, 힘든 티 안 내고,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 여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그저 한 번 찔러보는 것인지, 최소한의 비용으로 한 번 자보려고 하는 것인지,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아는 방법이 그 '투자 양으로 가늠'이라 교육을 받았으니 안 보기도 힘들다.     

이에 대한 반응이 여러 가지로 갈리는데, 여혐러 1번의 '드럽게 비싸게 구네 아 피곤해 연애 안 해 성매매나 할래' 라는 이도 분명히 생긴다. '마누라 비위 맞춰주기 힘드네 아씨 마누라 니가 돈 벌어 오던가'로 나오기도 한다. 여자를 길들여야 더 편해진다고 주워들어 감정적 학대나 폭력으로 샐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수의 남자들은 그냥 닥치고 묵묵히 견딘다. 속으로는 여자로 사는 게 참 편하겠구나 생각하지만 부인/여친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삐지면 풀어주고 화내면 잘못했다고 빌고 속상해하면 달래준다. 꾸역꾸역 출근해서 돈 벌어오고 포르노 보는 건 말 안 한다. 관계 거부하면 욕 나와도 참고 힘든 일 있어도 말 안 한다. 잔소리 듣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페미니즘' 어쩌고 하는 글을 보면 폭발한다. 니네가 뭐가 그리 힘들어서. 난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그렇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남자가 온라인에서는 특급 여혐 트롤이 된다. 평상시에는 남자로서 못났단 소리 듣기 싫어하기 힘든 말이, 온라인에 그렇게 퍼져나간다.     


+ 이런 이들에게 "아빠만 믿어요!" "당신은 잘 이겨낼 거라 믿어!" 이런 말도 부담스럽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담 주는 말이다. 비꼬아서 듣자면 '난 잘 모르지만 어쨌든 잘 해결해'도 될 수 있으니까.


+ 이렇게 부양을 부담스러워하는 남자보다는 마초 스타일이 실제로 훨씬 더 인기가 많다. 젠더 의식이 어쩌고 해도, 결국은 내 여자 내가 먹여살린다는 남자를 부모님도 선호한다. 그러니까 아직 전체적으로 볼 때, 평등보다는 여자에게 이익이 되는 여혐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어쩔 수 없지. 여혐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의 최선의 선택은, 선의적인 여혐러를 택하는 거니까. 


+ 그래서 맨박스를 부수면 남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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