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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8. 2018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4)

2017년 3월 1일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1) (링크)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2) (링크)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2) (링크)


얼마전 '우버 미친 거 아냐?' 글 이후로 또 다른 여성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기준으로 보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높은 직급의 남자가 여직원 보고 예쁜데 왜 일하냐 그냥 시집가지란 발언을 했다네요. 하지만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졌다던가, 어찌 해보려고 했다던가, 딸 같아서 뽀뽀했다던가 그런 건 없었고(어깨 한 번 꾹 잡았다는 말은 있음), 회의 중에 폭언을 하긴 했다 하다 솔직히 한국에선 남녀 불문하고 그 정도는 껌이던데 (...). 여기 역시 큰 문제는 인사과의 대처가 아주 폭망이었다는 거네요. 

이 난리 중에 하필이면 아주 높은 직급으로 스카우트해온 전직 구글러가 구글 재직 중 성희롱 문제가 있었던 것을 공개 안 했다는 게 밝혀져서 우버에서 짤렸습니다. 지금 여혐 이미지로 데미지 컨트롤 중이라 아주 칼같이 제거했군요. 이 사람 예전 구글에서 무려 검색 부서를 총괄했었고, 2000년도부터 구글에서 있다가 구글 펠로까지 찍었으니 엄청난 베테랑이었네요. 그래도 성추문에 작년 구글 검색 헤드 자리에서 쫓겨나고, 우버 갔다가 전에 성희롱 문제 있었던 거 말 안 했다고 잘리고. 흠.     


그런 의미에서 또 재방송.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성희롱 성추행했으면 한 방에 가는 게 상식입니다. 예쁜데 시집가지 왜 일하냐, 하이힐 신어라 힐 신으면 어떤지 알지 등등의 발언을 사적인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했더라도, 직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헉 미쳤나봐 죽으려고 환장했나' 소리 들을만한 발언 맞고요. 아 뭐 한국에서야 인권법 교수님도 성매수자 옹호를 아주 아무렇지 않게 본명 직급 다 달고 페북에서 말하는 게 보통이고, '그렇게 성 엄숙주의자가 많은데 성매매 여성은 왜 그렇게 많냐', '내가 이 나이에 성매매를 왜 하냐 (그럼 젊은 나이에는 해도 됨??)' 댓글도 더하시는 게 보통이라 너무 오버라고 느낄 수도 있죠. 무려 진보라고 정치 평론, 언론인이라 자칭하는 사람이 페미 여혐 우르르 푸닥푸닥, 여성 정치인 보고 못생기고 옷 못 입고 어쩌고도 아주 쉽게 말하던데요 뭘. (아이 해브 뒤끝).     


그러나 이 말만 하면 도움이 안 되니까 - 혹시라도 면접 보게 된다면 하지 말아야 할 말: 


미인이시네요!! 잘 생기셨네요!! 

이 회사에 참 미인이 많은 것 같아요! 

참 몸매 좋으시네요 / 저 여자분 정말 몸매 좋으시네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이 있으세요 결혼하셨어요     


제 상식으로는 저 정도 발언하고 면접 통과한다면 더 놀라울듯. 지인이 헤지펀드 온사이트 면접 갔었는데 점심에 거기에서 일하는 아시아계 남자 두 명이 근처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네요. 그 중 한 명이 (중국 사람이었던 듯?) 헤지펀드 오니까 여자들이 좋다고 덤빈다는 식으로 말했고, 다른 직원은 땀 뻘뻘 흘리며 수습하려 하다가 나중에 우리 회사 그런 회사 아니고, 혹시라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 그 친구에게는 잘 얘기하겠다 사과했다는 얘기. 세 사람 다 남자.     


우버 폭로 글. 뉴욕 타임즈 기자가 연락해달라고 댓글 남겼던데 거기도 곧 뜰 것 같음.

https://medium.com/@amyvertino/my-name-is-not-amy-i-am-an-uber-survivor-c6d6541e632f

곧바로 포브스에서 '우버 미쳤나봐' 보도:

https://www.forbes.com/sites/janetwburns/2017/02/27/uber-facing-new-claims-of-systemic-sexual-harassment-after-anonymous-essay


덧1: 인종차별 발언, 동성애자 차별성 발언, 남자들끼리 단톡방에서 음담패설 등도 '헉 미친 거 아냐?'에 포함됩니다. 


덧2: 구글은 그 사람 조용히 내보냈다고 까임. 

https://gizmodo.com/former-google-engineer-blasts-companys-hr-after-sexual-1792802747


덧3: 이 글에 관해서 성매매 얘기 또 나왔길래. 그 교수님은 성매매에 피해자가 없다고 하셨고 국제 앰네스티도 성매매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 국제 앰네스티의 답변은 길이 길어져서 아래에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1. "앰네스티에서 성매매에 관해 양립할 수 없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위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저 말이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은 고문 반대, 사형폐지 등의 캠페인입니다. 성노동 비범죄화에 관한 것은 이제 막 정책이 나온 단계이며, 이것이 성노동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게 되는 온갖 인권침해-강간, 구타, 갈취, 협박부터 살해까지를 양지로 끌어내어 공론화 하자는 취지입니다.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이 그것을 신고하고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 정책의 근간입니다. 이것은 '출발점'이고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앰네스티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위 링크 중 이런 내용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성노동의 비범죄화에 대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논쟁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우리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의 관점도 존중합니다. 모든 사람이 인권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앰네스티는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     

2.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는 비범죄"

---님은 해당 교수가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는 비범죄"라고 표기했고, 첨부해주신 스크린 샷에서 해당 교수는 "성매수 자체는 피해자가 있는 성폭력이 아니기에" 라고 썼습니다. 두 말을 같은 의미의 말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성매매가 합법인 국가도 있고 불법인 나라도 있습니다. 성매수자만 처벌을 받는 노르딕 모델도 있습니다. 앰네스티는 "비범죄화"를 하자는 입장이며,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 성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 말인즉, 성매매 과정에서 상당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앰네스티의 조사관이 공식 확인했으며, 그 가해자들이 저지르는 강제노동, 아동 성착취, 인신매매 등을 형법과 국제법으로 중대하게 다루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매매에 피해자는 없다'는 앰네스티가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보고한 바와는 오히려 전혀 어긋나는, 앰네스티 입장에서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명제입니다.      

앰네스티의 취지는 '성매매 과정에서 이러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하니 (경찰에 의한 강간이나 협박까지 일어나므로)' 성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여기에 성매수자도 처벌하지 말자고 하는 '전면 비범죄화'인 이유는 (https://amnesty.or.kr/13006/의 11번 항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 법이 실행되었을 때 결과적으로는 성노동자를 보호하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amnesty.or.kr/13006/

결국 '성노동 비범죄화' 정책은 '현재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지만 불법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그 핵심입니다. 이를 성매수자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의 레퍼런스로 저희의 정책을 인용하는 것은 그 취지와 정신과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앰네스티의 다양한 활동에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고맙습니다.




성 노동자 인권 보호에 대한 내용 링크

 https://amnesty.or.kr/10880/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을 두고, 왜? 지금? 이라고 묻는 분들께

https://amnesty.or.kr/1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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