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SJ Aug 02. 2021

4-1. 백색의 도시, 아레키파

[아레키파]


가자, 아레키파로


크루즈 델 수르 야간버스를 타고 아레키파로 이동했다. 호텔에 비하면 잠자리가 불편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역 간 이동과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였다. 우리가 탔던 버스는 세미 까마였고, VIP좌석으로 예매했다. 공간이 넉넉하고 의자는 140도까지 젖혀졌고, 일반 의자보다 더 푹신푹신하고 안락했다. 우리나라 고속버스 우등석 상위 호환이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긴 시간 동안 버스에서 보내야 했지만, 예상보다 괜찮은 환경에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크루즈 델 수르 버스 외부 / 내부 모습



아레키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1시간이나 걸린 기나긴 이동 끝에 아레키파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택시정류장으로 가려는데, 출구 옆 창구에서 누군가 우리를 불렀다. 중년 여성은 콜카 캐니언 투어를 비롯한 관광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우리에게 투어 상품을 권했다. 때마침 콜카 캐니언 투어를 알아보려던 참이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예상한 가격대와 얼추 비슷했고 조건이 괜찮았다. 게다가 여행사 돌아다닐 수고를 해결할 수 있었기에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숙소가 위치한 아레키파 역사 지구에 도착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 숙소 입구 철조망 문을 두드리니 어떤 아주머니가 나왔다. 우리가 예약한 정보를 보여드렸는데, 대뜸 우리를 내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말도 못하고, 엉겁결에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더니 옆 건물로 데려다 주고서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곳이 진짜 우리 숙소였고, 조금 기다린 끝에 진짜 호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건물 외관과 입구가 똑같고, 지도에 표시된 위치도 처음 방문한 곳으로 나와 있으니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레키파도 해프닝으로 시작했다. 우리가 묵을 방은 넓고 쾌적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넓어서 기대 이상이었다. 6인실을 배정받았으니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와이파이가 아주 잘 터져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와카치나 숙소가 워낙 좁고 열악해서 평범한 객실이었어도 우리는 굉장히 만족했을 것 같다.





아름다운 백색의 도시, 아레키파 (Arequipa)


리마와 와카치나에서 돈을 모두 써서 새로 환전을 해야 했다. 환전소 몇 군데를 둘러보았지만, 대체로 비슷한 환율로 정해졌기에 적당한 곳에 들어가 돈을 바꿨다. 가벼웠던 지갑이 묵직해지니, 마음도 든든했다. 환전도 했으니 배를 채울 때다.


중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볶음밥, 국수 등 각자 메뉴를 정했는데, 나는 Chicken con Durazno를 선택했다. Durazno라는 소스가 들어간 치킨이라는 뜻으로, 매콤한 소스일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입에 넣자마자 기대와는 달리 단맛이 강하게 퍼졌다. 내가 고기 요리를 먹는건지 디저트를 먹는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달았고,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였다.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맛에 실망감이 너무나 컸다. 나중에 찾아보니 Durazno는 스페인어로 복숭아였다. 그러니까 내가 먹은 메뉴는 복숭아 소스를 얹은 닭튀김이었다. 이런 음식은 대체 누가 처음 만든 걸까...? 실험정신이 너무 강한 사람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나라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배를 채우자는 일념으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충격의 복숭아맛 탕수육



아레키파의 첫인상은 마음에 들었다. 백색의 도시라는 이명을 가진 아레키파는 하얀 건물 색이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고, 화려한 유럽풍 건축양식과 계획도시 특유의 깔끔한 인프라가 인상적이었다. 잉카 제국 시기 최고의 부를 축적했던 아레키파의 위상이 느껴졌다. 특히 대성당과 광장은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을 정도로 우아하고 화사했다. 아레키파 역사 지구는 관광객에게 감동을 줄 목적으로 설계된 게 분명했다.



아름다운 아레키파 역사지구 거리



대성당 관람하기 전 소화를 시킬 겸 광장 주변을 걸었다. 광장 주변은 아치형 구조물로 장식한 회랑처럼 설계되었고, 그 안에는 여러 상점이 즐비해 있었다. 회랑의 멋을 해치지 않는 조건으로 상점이 입점한 듯 보였다. 과거의 유물을 잘 살리고, 상점들은 영업을 하는 모습이 제법 조화로웠다. 광장을 산책하며 구경하던 중 독특한 복장을 입은 여성분이 아이스크림을 권유했고, 우리는 디저트를 먹을 겸 아이스크림을 샀다. 따스한 햇살 아래서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며 잠시나마 여유를 즐겼다.



아레키파 대성당
아르마스 광장










매거진의 이전글 3-2. 나스카 시내 구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