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카바나]
홉버스 타고 코파카바나로
이른 새벽, 호텔 밖에는 홉버스가 시간 맞춰 도착했다. 짧게 머물렀던 라파즈를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 코파카바나로 향했다. 짐칸에 짐을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홉버스는 많은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버스 회사인데 치안이 좋지 않은 볼리비아에서 도난이나 치안 문제로 고통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기도 하고, 이동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라파즈~코파카바나~쿠스코로 가는 야간버스까지 예약했다. 게다가 홉버스를 통해 각 지역 투어도 신청할 수 있어서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투어도 사전에 신청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3시간 정도 이동하자 호수가 보였다.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푸른 호수가 참 아름다웠다. 티티카카 호수를 건너려면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탑승객을 있는 버스를 태운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어서 안전상 이유로 탑승객과 버스가 따로 호수를 건너야 했다. 작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어찌나 작던지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만 같았지만 다행히 배는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호수라고는 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넓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더 이동한 뒤 코파카바나에 도착했다.
바다를 닮은 티티카카 호수
다음날 홉버스 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화이트 앵커 앞에서 하차했다. 화이트 앵커 뒤로 푸른 호수가 한없이 펼쳐져 청량감이 넘쳤다. 바다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반적인 호수와는 다르게 푸른빛이 강렬했다. 마치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할 만큼 푸르렀고, 곳곳에는 수심이 깊은지 검푸른빛을 띠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곳곳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 도무지 호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티티카카 호수의 면적은 8000km가 넘고,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200m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정말이지, 세상은 참 넓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호숫가를 따라 트루차 포장마차가 길게 줄을 지어 있었고, 호숫가를 따라가다 어중간한 높이의 우람한 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산의 이름은 코라손 데 헤수스, 우리말로 하면 예수의 심장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풍경을 훑어본 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코파카바나 중심지로부터 조금 멀었는데, 차를 타고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올랐다. 숙소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지만, 높은 지대에 있었던 터라 경치만큼은 끝내줬다. 마치 산 속에 지어진 별장처럼 생긴 게 인상적이었다.
코파카바나에 왔다면 꼭 먹어야 하는 투르차
코파카바나를 대표하는 음식은 트루차다. 트루차는 송어구이인데, 생선구이가 특산품이라고 하니 우리도 먹어보기로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여러 블로거들이 입을 모아 12번 트루차집을 가라고 추천했고, 우리는 안전한 길을 택하기로 했다. 이곳은 마치 우리나라 포장마차 거리를 가져다 놓은 듯한 비주얼이었다. 12번 트루차집으로 들어가니 이미 한국인 여행자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메뉴판을 보며 고심하고 있는 우리에게 갈릭 트루차를 꼭 먹으라고 추천해주셨다. 얼마나 맛있길래 엄지 척을 연발하면서 맛있다고 강조했다. 매장 내부 곳곳에는 한국어로 적은 낙서가 보였고, 칭찬으로 가득했다. 어떠한 메뉴를 주문해도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미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검증된 맛집이기에 더욱 기대가 됐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디아블로 트루차, 갈릭 트루차, 피케마초였다. 디아블로 트루차는 매콤달달한 소스가 올려져 있었고, 갈릭 트루차는 마늘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갓 구운 생선은 살도 통통하고, 촉촉한 게 자꾸만 손이 갔고, 소스와도 잘 어우러져 부담없이 먹기 좋았다.무엇보다 일반 생선구이에 비해 짜지 않아서 밥이 없어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생선만 있었다면 부족했겠지만, 트루차 아래에 밥과 큼지막한 감자튀김이 있어서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피케마초는 고기, 피망, 토마토, 양파를 함께 넣고 볶은 다음, 굴소스 같은 소스를 넣고 버무린 음식인데, 맥주와 함께 곁들여 먹었다면 안성맞춤이었을 메뉴였다. 사람들이 12번집을 추천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한국인들이 가면 음료수를 서비스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메뉴가 나옴과 동시에 1.5L 콜라 한 병을 서비스로 주셨다. 마음까지 푸짐하게 채우고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