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복 Jan 30. 2023

길을 가다가 멈춰 섰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길을 가다가 멈춰 섰다.

마흔다섯의 어느 날이었다.

꾸역꾸역 도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발길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났다. 왜소한 아이의 몸에 어른의 얼굴을 한 여자는 주렁주렁 잔뜩 짐을 매달고 있었다. 어깨와 등에 그리고 두 팔도 모자라 머리에까지 짐을 이고 있었다. 먼 길 오느라 지칠 대로 지 그녀의 짐을 하나하나 받아서 내려놓고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라고 했다.


나는 지금 쉬어가는 중이다.  한가로이 벤치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무얼 갖고 싶은지.... 이제야 내게 묻는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 여유로운 산책이 즐겁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쪼그라들었던 내 영혼이 비로소 통통하게 살이 찌는 느낌이다.


용기를 내어 콘서트장에 가보았다.

숨이 턱 막힌다!

잊고 있던 내 꿈이 생각나서. 

열정을 다해 노래 부르는 가수들의  모습 마음을  아게 한다. 그래도 크게 따라 불러본다.


....

지난날들을 되새기며

수많은 추억을 헤이며

길고 긴 밤을 새워야지

나의 외로움 달래야지

이별은 두렵지 않아

눈물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홀로 된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해

.....


노래를 부르니 행복하다. 너무 행복해서 슬프다. 욕심내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마음을 꽁꽁 숨기고 살았는데 그 간절함이 다시 살아나서 꿈틀댄다. 어쩌면 좋을까... 나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욕심을 내도 괜찮은 걸까?

멈추어있는 동안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문득 멈춘 이 발걸음이 다행스럽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숙녀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