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까지
이 나라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20여 년간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질감에 휩싸여 영화 세트장에 온 것만 같다. 어떨 땐 경이로운 풍경에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때로는 거대한 종교의 힘을 느끼게 된다.
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해 마라케시 제마 엘프나 광장에서 6명의 한국인이 모였다. 사막 투어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르는 사이였다. 택시를 탄 후 서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나 역시 숨을 죽이고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아주 조그마한 창문 너머의 세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아틀라스 산맥을 굽이 굽이 지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심어둔, 그런 야자수들과는 정말 차원이 다를 정도의 울창한 야자수 숲도 볼 수 있었다. 또 자다가 일어나 보면 세계가 나아가는 속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은 마을의 연속이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메르주가. 그곳은 알제리 국경 근처에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모로코에서도 훨씬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둑어둑해질 즈음 우리는 모로코의 때 묻지 않은 깊숙한 마을을 살펴볼 수 있었다. 외지인의 짐을 잔뜩 실은 차량에 작은 사막 마을 아기들이 까르르 웃어대며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안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그러다 늦은 밤, 금식이 깨지고 이프타르가 찾아오면 곳곳마다 지나치던 작은 마을들엔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자그마한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은 느낌. 창문 너머로 먹먹히 들려오는 어른들의 담소와 아이들이 발로 차고 다닌 페트병이 찌그러지는 소리. 고개를 들어 광장을 살피니 그들은 모로코 전통 의상인 젤라바를 두르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거리의 곳곳에는 니캅을 한 여성들이 두 손에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잰다. 니캅, 무슬림 여성이 눈을 빼고 모든 부분을 가려야 하는 일종의 검은 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 어떤 것보다도 이 마을의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에게 니캅 문화는 문화 존중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실제로 보고 난 뒤 그 충격은 더 심했기에 말을 아껴보려고 한다. 그만큼 카사블랑카와 마라케시 같은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들이었다.
그렇게 장장 10시간을 달려 메르주가에 도착했다. 분명 오후 12시에 출발했는데 핫산네에 도착하니 오후 10시. 찌뿌둥한 몸을 겨우 택시 밖으로 끄집어냈다.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모래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왔던 사하라 사막이었을까. 지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참에 고개를 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그 별들, 한국에서 발견하면 오늘 하루는 운이 정말 좋다고 느꼈던 선명한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가장 큼직하고 또렷한 일곱 개의 별 주변으로 흩뿌려진 작은 별들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핫산네 앞으로 마중 나온 모로칸 직원 한 분이 피로한 우리에게 외쳤다.
”여기 사하라 사막이야 돈 워리! “